망설이던 산행을 결심하고 바쁘게 집을 나섰다. 배낭에 목욕가방 까지 주렁주렁 달고 나오니 옆집아저씨 날보고 웃는다.(비오는 데 뭔 짓이여.)
택시까지 잡아타고 출발지에 도착, 어제부터 내린 비 때문인지 회원들이 몇 분밖에 보이지 않는다.
매번 보이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마음 오죽할까? 드디어 출발.
오늘 산행은 괴산의 중대봉을 지나 문경의 대야산이 목적지다. 가는 동안도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우리 회장님 말씀 따라 웅진산악회 역사에 우중산행은 없다니 믿을 밖에..
목적지에 도착, 계획대로 중대봉을 향했다. 논길 밭길을 따라 오랜만에 보는 수수, 케일, 양배추, 누렇게 고개 숙인 벼까지 가을의 풍성함을 더한다.
불어난 개울물이 버티고 서있다. 이쯤이야, 모두들 신발을 벗고 개울을 건넌다. 남성 회원들은 기사도를 발휘, 여성회원들을 업어서..
참 보기 좋다. 아무 조건 없는 배려와 수고가 이 땅을 사랑하는 이유가 되고, 우리가 산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헉헉). 어머나! 누구의 작품일까? 운동장만큼 큰 바위가 산허리에 앉아있다.
요게 바로 농바위란다. 농바위의 시원한 바람으로 마음의 묵은 때를 벗어내고, 비온 뒤의 깨끗한 물로 혼탁해진 눈까지 씻어내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준비해간 음료와 대장님이 주신 맥주 한 모금으로 힘을 내 영차! 다시 오르기를 얼마간, 온통 뽀오얀 운무가 산허리를 두르고 있다.
그 속을 빨려 들듯 정신없이 가다보니, 이걸 어째 앞뒤로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해용 언니와 함께 야호를 외쳐보지만 기척도 없다.
길을 잘못 들었나! 불안한 맘으로 깃대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총무님 부부와 고문님이 보인다. 휴~!
로프 잡고 곰바위 오르기, 첫번째 관문이다. 고문님이 줄잡고 오르는 법을 지도해 주신다. “유격”했더니, “애인 있습니까?”하고 뒤에서 외쳐주신다.
신나게 줄을 잡고 올랐다. 팔꿈치에 영광의 상처를 남겨가며 오르내리기를 몇 번, 중대봉을 지나 대야산 정상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식사중이다.
밀고 들어가 방 빼 달라고 했더니 기한이 안됐다네. 하는 수 없지. 서로 인사 나누고 두 팀이 함께 신나는 오찬을 즐겼다.
험하기로 유명한 하산 길. 거기다 비로 인해 미끄럽기까지 하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여러 번 그래도 즐겁고 신나는 산행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운무로 인해 아름다움 절경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꼭 다시 찾고 싶은 산이다.
후미 팀이 오기를 기다렸다 초정온천으로 출발. 온천까지 한 시간 남짓, 버스 안에서는 홍보부장님의 배꼽 빠지는 입담이 한창이다.
지난달에 왔던 바로 그 온천. 따뜻한 온천물로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고, 또 다른 즐거움이 우릴 기다린다.
김순자 고문님의 회갑연이 벌어졌다. 케잌, 과일, 떡, 한과 등등 상다리가 휘도록 한상 그득하다. 언제 이렇게 골고루 준비했는지 집행부의 성의에 또 한 번 놀랬다.
먼저 김 고문님의 만수무강과 준비하느라 애쓰신 모든 분들의 건승도 함께 기원한다.
▲대야산
높이 931m,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과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에 걸쳐 있는 산이다.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백두대간의 백화산과 희양산을 지나 속리산을 가기 전에 있다.
계곡이 아름다운 산으로 경상북도 쪽에는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 충청북도 쪽으로 화양구곡이 있다.
대하산·대화산·대산·상대산 등으로도 불리며, 산행은 일반적으로 이화령을 넘어 문경시를 지나 가은읍 벌바위에서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난 신작로를 걸어가면 서쪽으로 기암이 두드러진 산이 올려다 보인다. 이 계곡이 용추계곡인데 입구에 ‘문경팔경’이라고 새긴 돌비석이 있다.
용추계곡의 비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용추폭포는 3단으로 되어 있으며 회백색 화강암 한가운데로 하트형의 독특한 탕을 이루고 있다.
용추의 양쪽 옆 바위에는 신라시대 최치원이 쓴 세심대·활청담·옥하대·영차석 등의 음각 글씨가 새겨져 있다.
용추에서 약 20분을 오르면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는 월영대가 나온다. 이곳은 다래골과 피아골의 합수점이다. 계곡을 따라 약 2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 부근은 경사가 심하고 길도 험해서 바위를 기어오르고 수풀을 헤치며 가야 한다.
정상은 10평 정도의 바위로 삼각점과 산 이름을 적은 나무푯말이 서 있고 백두대간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조망된다. 정상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불란치재, 남쪽은 밀재가 있다.
하산은 촛대봉을 거쳐 불란치재로 갈 수도 있지만 길이 험하며 이 코스로 갈 경우 총 산행시간이 약 7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남쪽 능선을 따라 밀재 쪽으로 내려가며 총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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