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음에 대한 변명

2007. 6. 9. 00:25아름다운 글

거부할 수 없음에 대한 변명
이계숙 시민기자 칼럼
2007-06-05 16:47:57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5&wr_id=103',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5&wr_id=103',sWinName,sWinopts); }
오라는 비는 오지도 않고 찌푸둥한 표정만 짓고 올 듯 말 듯 변죽을 울리는 날. 애주가들은 이런 날 괜히 심통이 난다. '만만한 게 술'이라던가?

애주가들은 괜히 기갈이라도 든 사람마냥 술을 잔뜩 마셔댄다. “하늘의 비대신 내 몸속에 술이라도 뿌려줘야 한다”면서...

이처럼 우리는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의해 무엇인가에 이끌리면서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찾아내거나,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싶어 한다.

술독으로 피골이 상접한 사람도 돈만 생기면 귀신에 홀린 듯 술을 퍼 댄다. 이유는 “아직도 타는 갈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찬 음식을 먹으면 속이 아파 배탈과 설사에 시달리는 사람도 음식점에 가면 사시사철 냉면만 찾는다. 가슴속엔 아마도 식히지 못한 열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남의 청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매번 궂은일을 도맡거나, 음식을 먹고 나서 마땅한 물주가 없으면 주로 자신이 계산을 하는 마음씨 착한 이는 그래도 더 따뜻한 사람살이가 좋고, 단절로부터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만년 셋방살이 하면서도 전세금보다 많은 돈을 헌금으로 내놓는 크리스천은 물질에 대한 숭배보다 지고한 신앙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가난은 결코 구차하거나, 비루하지 않고 오히려 숭고하다고 여긴다.

검약한 생활을 하겠다고 비장하게 각오하면서도 자꾸 소비의 유혹을 못이기는 사람은 ‘굶주린 뒤에는 배가 아프도록 폭식하듯’ 물건에 대한 결핍의 경험이 내재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래 이제라도 가누지 못할 만큼 실컷 돈을 써보렴’ 하면서 악습을 청산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로하며, 정당화한다.

시험을 이틀 앞두고 이유 없이 쏘다니고 PC방에 가서 애꿎은 키보드만 부서지도록 두드리고 학생의 초조함도 수긍이 된다.

또한 결혼날짜 받아놓고 ‘인형의 집’의 노라처럼 새장속의 삶을 두려워하며 얼마 남지 않은 자유를 움켜잡듯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에 가서 미친 듯이 휘청거리는 예비신부의 심란함도 애처롭다.

함박눈이 오면 뛰어나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눈 위를 걷고 싶은 것은 눈 덮인 세상은 세상의 모든 허물을 감쪽같이 감추어 주기에 새로 태어나듯 환희와 설렘으로 인생을 걸어가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대지를 흠뻑 씻겨주는 비가 주르륵 내릴 때면 자연이 주는 자양분만으로도 아름드리 자란 착한 나무를 뛰어나가 부둥켜안고 싶은 기분을 억제할 수 없다”며 “그런 성찰의 마음을 갖게 하는 비가 오면 평소에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고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이도 있다.

이는 비의 비단결 같은 음향과, 너그러운 손길로 마음의 분노와 원망을 거두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사형수 감방 창문에 차분하고 평화롭게 비 오는 정경이 자주 펼쳐진다면 사형수의 세상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저주를 버릴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자라온 환경의 테두리에서 멀리뛰기를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무엇에 대한 취향도 거의 고정적인 경우가 많다.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정말 싫었다고 하면서 결국 배우자나 연인을 다름 아닌 어머니 유형을 선택하는 것은 아직도 못 푼 부모에 대한 애증이 또 다른 대상에 대한 이끌림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마더 콤플렉스는 어머니에 대한 소망과 집착의 산물일 것이다.

친구나 연인이 밉고 싫증나서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도 상반된 사람이 아니고 결국 유사한 범주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못 말리는 남녀사이도 자기 안에 결핍되었거나 향수를 갖게 하는 무엇인가를 상대에게서 찾고 바라보기 때문에 주변에서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성향은 비슷하면서 부족한 나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보완해주어 든든한 친구에게는 “그대에게서 또 다른 나를 본다”는 말로 표현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사람은 제각기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모양이다. 곡예사는 줄타기를 좋아하고, 어부는 풍어를 만나면 환성을 지르며, 장수는 싸움터에서 신명이 난다.

주식중개인으로 평이하고, 안정된 삶을 살던 고갱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갑자기 방향전환으로 하여 “그림을 그리겠다”며 파리의 뒷골목과 타이티섬으로 가서 자연인으로서,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열정과 광기는 열대의 고독한 섬과, 야생의 여인들만이 포용할 수 있었기에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어떤 감정에 이끌려 하는 행동에 대해 당장은 스스로도 ‘왜, 무엇 때문에’ 그런지 납득이 안 간다고 하지만 심리를 파고들면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에 사정없이 이끌리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는 부족하기에 채우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이며, 냉철한 이성도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인간의 숨어있는 원초적인 본성이기 때문이다.

이계숙(공주시 농업
기술센터 홍보담당)
머리는 자꾸 부인하는데 가슴이 거부할 수 없는 까닭은 타는 듯한 갈망과 절실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는 영혼을 정화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어찌 이율배반이라고만 탓할 수 있으리오.

인간적인 모순도, 흔들림도 거슬러 올라가면 태생이나 성장과정에 따라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임을 유추하며, 그런 이들에게 이젠 더 이상 자신을 탓하거나 구박하지 말자고 격려하고 싶다.
< 공주뉴스=이계숙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이계숙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