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개인적으로 ‘Can Do'를 ’Don’t Do‘보다 더 좋아한다. 그것은 모든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가 보다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반대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일 중독증에 걸린 직장인들에게서 그런 현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들은 IMF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의 근무환경이 이전보다 열악해졌다고 말한다. 구조조정의 후 폭풍으로 퇴출된 사람들의 업무가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가轉嫁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정된 자리를 놓고 벌이는 승진 경쟁과 연봉제에 실시에 따른 업적 경쟁은 직장인들로 하여금 회사 일에 매진하도록 종용하면서 그들의 숨통을 한없이 조여 오고 있다. 그 때문에 요즘 직장인들은 슈퍼맨 또는 슈퍼우먼 증후군에 걸려 있다.
이제 직장인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면서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영어회화도 잘해야 하고, 프리젠테이션 능력도 구비해 놓아야 한다.
또 리더십과 팔로우십followship도 연마해야 하고, 조직의 인화 단결에 앞장서는 사회성도 길러야 하며, 직장 내 동호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게다가 회사가 자신에게 부여해준 미션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100% 완수해야 한다. 만약 목표완수에 대한 실패가 누적되면, 자신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Can Do’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선택의 진정한 의미는 ‘버리는 것’이다!
한편, 많은 직장인들이 ‘Can Do’라는 강박관념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고 다짐하지만, 언제나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고 만다.
일례로 외국 바이어들과 판매협상을 벌이다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은 어느 직장인이 “내일 새벽부터 학원에 나가서 영어회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라고 결심을 했다고 하자. 그러나 그 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것(예: 금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과 함께 열정을 불태워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얼마 못가서 이내 포기하고 만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항상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list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Can Do’라는 강박관념에서 자신의 용량을 초과하는 갖가지 결심들을 하다보니까, 정작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블랙홀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구는 선택을 ‘최선의 대안을 고르는 게 아니라 가장 비합리적인 의견부터 버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Don’t Do‘의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아주 매력적인 정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Can Do’보다는 ’Don’t Do‘에 따른 사고思考가 결심이 실천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
즉 “내 건강을 위해 새벽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보다는 “나는 늦잠 자는 습관부터 버리겠다.”는 결심이 훨씬 더 실천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늦잠을 자지 않으려면, 기상시간만 보통 때보다 조금 앞당기면 그만이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면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 시간을 이용해서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새벽운동을 나갈 수도 있고, 조간신문을 자세히 읽을 수도 있고, 독서나 영어회화 공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말로 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Can Do’라는 논리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Don’t Do‘의 논리로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찾은 다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업무생산성도 높고 자신이 맡은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테크일지도 모른다.
작은 행복의 추구가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보장한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늘 불안에 떠는 현대의 직장인들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회사 일에 매달린다.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 승진 탈락 및 연봉 하락에 대한 불안감, 젊은 후배들에 대한 불안감이 직장인들을 일 중독증 환자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 일단 일 중독증에 걸린 직장인(또는 회사 인간)으로 전락하면, 그는 외톨이 신세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 중독증 환자인 당사자는 ‘Can Do’에 따른 강박관념과 잇따른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까지 잃게 되면서 스스로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만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40대 사망률 세계 1위 국가’로 만들어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다.
이제 우리는 작은 행복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Can Do’의 논리로 새로운 것을 갈구渴求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의 행복한 삶을 갉아먹고 있는 존재부터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아마도 자신의 용량을 초월해서 크게 성공하려는 내적 욕망과 로또lotto처럼 한방으로 인생을 역전시키겠다는 허무맹랑한 환상이 가장 큰 내부의 적敵으로 떠오를 것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 당신에게 소중한 가치들을 모두 다 내팽개친 채 회사 일에만 올인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냉정하게 말해 회사는 당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예: 돈)을 제공하는 객체에 불과하다.
다만, ‘당신이 제공하는 노동력의 월별 서비스 가치(V; value) > 당신이 회사로부터 받는 월급(W; wage)’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 당신은 회사에 대해 할 일을 충분히 한 셈이다. 당연히 회사도 당신을 고용함으로써 적당한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의 진정한 행복은 가정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회사는 당신의 업무생산성에 따라 조건부로 당신을 대우해주지만, 당신 가족은 아무런 조건 없이 당신을 소중하게 여겨주고 끔찍하게 사랑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은 작은 행복의 중심을 당신 가족들에게 두어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냉혹하게 작동하는 노동의 세계에서도 가족 1인당 월 3만원의 가족수당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주었던 것도 결코 그와 무관하지 않다.
가족들은 직장인인 가장家長에게 밥을 해주고, 위로와 용기를 주고, 회사 일로 받은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줌으로써 그의 노동력 재창출을 가능하게 하도록 도와준다.
냉혈인에 속하는 회사도 가족들의 그러한 숨은 노고를 생각해서 가족수당을 주었던 것이다.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할 것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 중독중 환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초고속 승진에 대한 욕심부터 깨끗하게 접어야 한다.
회사의 CEO는 ‘20대 80의 법칙’ 또는 ‘5대 95의 법칙’을 들먹이며 적어도 20% 내지 5%의 인재 군에 끼어야만 구조조정의 덫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직장인들을 일벌레로 개조改造시킬 음모를 꾸민다.
그런데 당신이 CEO의 관심을 이끌려고 노력하는 순간,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 일에 파묻혀 지낼 수밖에 없는 불쌍한 처지가 되고 만다.
CEO는 회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주요 미션을 맡기지 않는다. 대신, 당신처럼 말 잘 듣고 열정적인 자세로 회사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많은 일을 맡기려고 한다. 그래서 당신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필자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당신의 말처럼 행동하면 회사 내의 자리가 위태롭고 경쟁에서 낙오되어 패배자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당신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신이 제공하는 노동력의 월별 서비스 가치(V; value) > 당신이 회사로부터 받는 월급(W; wage)’의 조건만 충족시키는 선에서 일을 해야 한다. 적어도 그 조건만 충족시키면 당신의 현재 자리와 직책은 그대로 보장될 것이다.
앞으로는 CEO에게 주목받기 위해서 노력하지 마라. 그러한 노력은 오히려 회사 내에서 당신의 수명 단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령, 당신이 회사에서 업무 생산성이 매우 높은 직원이라고 가정하자. CEO는 능력 있는 당신에게 많은 일을 맡기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승진도 남들보다 빨리 시켜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것 또한 CEO의 눈에 곧바로 포착된다.
그러면 CEO는 “저 사람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군!”이라고 말하며, 당신의 업무생산성 저하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한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CEO는 당신을 고스톱 패의 비 광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당신을 정리해고의 대상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 중독증 환자 = 일 잘하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회사 인간을 자처했던 당신이 겪어야 할 비극적인 운명이다.
한편, 당신이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덫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일 하면서 CEO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에게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으면, 당신의 운신 폭은 그마만큼 넓어질 것이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회사의 ‘간판선수’들이 밤늦도록 회사에 남아 일을 하는 동안, 당신은 제 시간에 칼같이 퇴근해서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시간을 즐기거나 친구들과 대폿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다가 당신이 기획한 아이디어나 제안 사항이 회사의 매출액 증대에 기여라도 하는 날에는 ‘간판선수’들이 그랬을 때보다 매우 큰 칭찬과 호평을 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직장생활에서 작은 행복을 얻으려면, 자신의 용량을 초월해서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
자신의 용량 초과는 곧바로 일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회사에 경제적인 손해를 끼치거나 회사 발전에 저해되는 행동(예: 영업비밀의 누설)을 해서는 곤란하다.
또 자신이 맡은 일은 완벽하게 처리하되, CEO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거나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직장생활을 해나가면, 당신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덕수 교수 |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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