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즈를 만났다
내 차의 전조등이
앞에 선 마티즈를
황홀한 루비 빛으로 물들이자
빛은 차를 뚫고 들어가
운전석의 여자를 드러내 놓는다
하얀 원피스와 긴 머리칼 밑에
완전한 원뿔형의 가슴
잘록한 허리
가운데에 씨방을 묻고
익은 사과처럼 양쪽으로 나뉘 어진 엉덩이
그녀의 얇고 아름다운 껍질을
한 꺼풀 더 투과해 들어가면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창자들과
창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지방층과
그 모든 것들이 듬뿍 머금은 피
그 안에 손을 넣어 팔뚝까지 묻으면
뜨겁고 미끌미끌한 감촉과
현기증이 날만큼 진한 향기가
다른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리라
긴 터널을 통과해 가면서
마티즈 안의 이브를 안는다
내 팔로 내 안의 여자를 껴안는다.
양 애 경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충남대 국문학과 졸업 문학박사 시집 '불이 있는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 주네' 저서 ;한국 퇴폐적 낭만주의 시연구' '시힘' 동인 현재 공주영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