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시청의 ‘팀킬’ 험담과 헛소문

2024. 11. 10. 12:51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청의 ‘팀킬’ 험담과 헛소문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4.11.10 07:48

▲ 이건용 공주·청양 주재기자

중국 한(漢)나라 경제(景帝) 때 사람 두영(竇嬰)은 태후의 조카이자 대장군 지위에 있는 실력자로 각지의 반란을 진압한 공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았고 조정 대신들이 그의 앞에서 굽신거렸다. 하지만 무제가 황제에 오르자 사정이 달라졌다. 두영의 집에 들락거리며 아첨을 일삼았던 전분(田粉)이 누이의 황후 책봉으로 벼락출세하게 됐고 그 권세는 오히려 두영을 능가하게 됐다. 두영 앞을 얼씬거리던 고관대작들이 이번엔 전분에게 달라붙어 갖은 아첨을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잔치가 벌어졌고 두영과 전분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고, 둘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이 일로 두영은 옥에 갇혔고, 때를 맞춰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두영은 옥중에서도 반성은커녕 천자를 헐뜯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전분 일당이 꾸며 낸 유언비어였지만, 진노한 무제는 두영을 사형에 처했다. 중국 역사책 ‘사기’의 기록처럼 근거 없는 헛소문에 죄 없는 명장이 죽임을 당했다. 흘러 다니는 해충 같은 말이란 뜻을 지닌 유언비어(流言蜚語)의 유래다.

너희들 감기 걸린 물고기 본 적 있어? 배고픈 아귀가 어떻게 하면 물고기들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 끝에 소문을 낸다. “얘들아~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소문은 삽시간에 펴졌고 결국 “우리한테 옮기 전에 당장 내쫓자”며 빨간 물고기는 무리에서 쫓겨나게 됐다. ‘감기 걸린 물고기’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그림책이다. 거짓 소문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최근 헛소문이 공주시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고위공직자의 사직을 놓고 소위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업체 연루설에 이어 이젠 사채설까지 근거 없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요상하다 못해 해괴한 노릇이다. 그의 용퇴(勇退)는 조직에 이익이 되고 있다. 여러 명에게 승진이라는 선물을 준 셈이다. 그런데도 뒷담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대를 헐뜯어 얻는 게 없는데 왜들 이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치 대단한 정보라도 아는 양 으스대고 잘난척하려는 심술이 아닐지. 반목과 갈등은 건전한 소통을 방해하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내부총질’이자 ‘팀킬’(Team Kill)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고 했다. 거짓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진실로 믿게 된다. 가벼운 농담처럼 툭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남을 깎아내려 우월감을 느끼려는 시도라면 당장 멈춰야 한다. 험담에 무의식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말을 삼가지 않으면 재앙을 부르게 된다. 중국 한나라 때 양운은 ‘앙천부부(仰天附缶)'라는 시로 인해 죽임을 당했고, 서순이라는 사람은 장창에게 벼슬살이가 오래가지 못할 것(五日京兆)이라고 말했다가 시체가 저잣거리에 내걸렸다. 두 사람 모두 입을 잘못 놀려 재앙을 당했다.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재앙은 입에서 나간다고 했다.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은 법이라고 했다.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가려야 한다. 험담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명예훼손이자 인격살인이다.

험담은 파괴적인 습관으로 날개가 달려있다. 한 개인의 삶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조직의 건전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지역사회에도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 요즘 시중에 파다한 ‘기자 내사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루머로, 사실 무근의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다. 특정 기자들의 이름까지 거명돼 신빙성이 높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거짓말 즉 ‘가짜뉴스’다.

성경(聖經)은 악인을 멀리하고, 올무를 놓는 사람을 경계하고 멀리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논어(論語)에서 공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멀리하라고 설파했다. 탈무드 또한 남을 험담하기를 즐기는 사람과 남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했다. 자신도 믿지 않는 것을 남에게 믿게끔 속이는 행위 곧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야말로 파렴치한으로 멀리 해야 할 부류 1순위다. 밭가는 농부로부터 교훈을 얻어 평생 언행을 함부로 하지 않았던 황희(黃喜) 정승이 존경받는 이유를 곱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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