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문화예술계의 ‘하 수상한 시절’

2023. 12. 15. 18:30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문화예술계의 ‘하 수상한 시절’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12.15 17:57  

이건용 공주주재 기자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중략) 거꾸로 읽다보면 하루를 물구나무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 거다. (중략) 거꾸로 읽을 때마다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나도 문득 어느 시인처럼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시인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무슨 말이든 거꾸로 읽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거꾸로 된 세상을 거꾸로 보면 직성이 풀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게 작금이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질 않아 포기했을 때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역설적 아픔이 느껴진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병자호란 때 끝까지 청나라와 싸울 것을 주장한 이조판서 김상헌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면서 이 같이 읊조렸다. 고국을 떠나면서 영영 못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하 수상한 시절’에 공주문화예술계에 던져진 화두는 “안녕들 하십니까?”다. 반전은 고사하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모노드라마’를 보면서 헛헛한 마음 다랠 길 없다. 공주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수 교체가 그랬다.

최원철 시장은 재단 임원추천위의 복수 추천자 중 김지광 씨를 최종 낙점했다. 김 씨는 최 시장 지방선거 당시 선거캄프에서 일했던 인물로, 전형적인 정실·보은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공은 의회 인사청문회로 넘겨졌지만 그 뿐이다. 최종 결정권은 시장 몫으로,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로 끝날 수 있다.

현 대표에 이어 차기 대표까지 ‘낙하산인사’로 점철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모 형식을 빌렸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짬짜미 의혹 등 가시 돋친 비아냥도 들린다. 특정 정치조직을 위한 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 속에 재단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이유다.

이제라도 재단의 설립 목적과 운영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지금이 문화관광재단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시점이다. 진정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얼굴 마담도 중요하지만, 실무와 방향을 책임질 사무처장 또는 본부장 충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귀천이나 출신을 가리지 않고 오직 능력만으로 인재를 등용했다는 조조(曹操)의 인사 원칙 ‘유재시거(惟才是擧)’를 떠올리며, 이번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문화예술인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하 수상한 시절 언제쯤 풍파가 가라앉을지, 춘삼월 ‘호시절’이 오긴 올는지.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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