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3. 10:45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상처뿐인 공주문화관광재단…또 ‘선수교체’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11.23 09:18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낙화’ 첫 구절이다.
조지훈 시인은 ‘낙화’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중략)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한마디로 ‘웃픈’ 스산한 계절이다. 공주시 문화예술계에 처한 현실이 그렇다. 이준원 공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 올 12월까지 근무한 뒤 물러난다. 잔여 임기를 8개월 남겨 놓고 물러나는 모습에 지역 문화예술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걱정도 태산이다.
이준원 대표의 중도 사퇴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외압설을 비롯해 내년 총선 출마설 등 온갖 흉흉한 억측도 난무한다. 곧 임원추천위가 꾸려질 예정으로, 벌써부터 차기 대표 공모 ‘낙점설‘이 거론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대표 선수 교체를 앞두고 누가 이름을 올리지 최원철 호의 인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오뉴월 겻불도 쬐다 나면 서운하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도 없어지면 섭섭한 것이 사람 마음이다. 쥐고 있던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공자는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아가고 도가 없으면 은거하라’고 설파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시장에게 누가 될까 두렵다”며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아는 이 대표의 용단이 가상(嘉賞)하다.
의회의 견제구가 화근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행감과 시정질문 등 계속된 견제는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결과적으로 퇴진 결심을 굳히는데 일조했다. 견제구에 숨은 속내가 있을 것이란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집행부 출연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순기능도 부정할 순 없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던가? 더 이상의 마음고생에 욕보이지 않고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때 미련 없이 물러나겠다는데 말릴 재간이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재단 출범 3년 남짓에 수장이 세 번째 바뀌게 됐다. 이래서야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라는 당초 목적은 요원할 수밖에.
기자는 최 시장의 재단 수장 물갈이에 대해 ‘새 부대에 새 술을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지만, 잘못된 구습이나 타성을 쫓는 ‘새 부대’를 포장한 ‘낡은 부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바 있다. 반전도, 감동도 없이 ‘혹시나’가 ‘역시나’로 막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문화수도’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순항하길 염원했다.
기자는 또 지역의 문화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더라도 한번 믿어보고, 판단은 나중에 하자고 촉구했다. 나무 위에 올려놓았으면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주지는 못할망정 한풀이 하듯 흔들어 만신창이가 되도록 만드는 일은 삼가자고 호소했다. 흠을 찾기보다 장점과 가능성을 보고 힘을 북돋자고 제안했다. 끝내는 담 너머 개 짖는 소리쯤으로 치부되고 말았지만.
보은인사나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잘못된 인사로 문화도시의 위상과 예향의 품격이 추락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마천은 ‘한 나라의 안위는 어떤 정책을 쓰느냐(安危在出令)에 달려 있고, 국가의 존망은 어떤 사람을 쓰느냐(存亡在所用)에 달려 있다’고 했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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