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시의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해

2023. 8. 17. 16:04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의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해
가벼움에 대해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08.17 13:11

이건용 기자 공주주재

가슴을 노래하는 시인의 입술에서 고약한 언어가 일상이라면 가면 쓴 글쟁이겠지. 깊은 생각을 찾는 철학자의 걸음에서 천박한 발자국이 남겨진다면 가면 쓴 생각쟁이겠지. 우리가 서는 어느 무대에서라도 뭇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겠지.’ 시인 허대중의 시 ‘가면 인생’이다.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而後從之.”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말한 것을 먼저 실행하고, 그 다음에 말하는 것이다.” ‘논어’ 위정편 13장에 나오는 말로, 어떻게 하면 군자가 될 수 있냐는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어느 날 한 여인이 간디를 찾아왔다. “제 아들이 단 것을 너무 좋아해 건강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제가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으니 선생님께서 불러 얘기를 해주십시오. 제 아들은 선생님을 존경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겁니다." 간디는 여인에게 두 주 후에 아들을 보내 달라고 했다. 그를 지켜보던 제자가 ”선생님 왜 굳이 두 주 후에 오라고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간디는 “내가 단 것을 끊으려면 두 주는 필요했거든."이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간디의 언행일치의 양심을 엿볼 수 있다.

최근 공주시의회를 통과한 2023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농업예산 부족, 금학생태공원 시설 확충, 새마을회 상근직 추가채용 등이 화두에 올랐다. 몇몇 의원들은 거품을 물정도로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계수조정 결과는 딴판이었다. 타 시군에 비해 농업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유해야생동물 기피제 지원 예산은 삭감됐다. 그토록 반대했던 금학생태공원 분수대 설치 예산은 계수조정 내역에 없었다. 새마을회 추가채용도 통과됐다.

일구이언(一口二言).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비판이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다. 입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해놓고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말만 앞세운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 표를 의식하고 인기에 영합한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보로, 오죽하면 “생색만 냈지 실속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올까?

지난 추경에서 공주시의 대표적인 상설 문화관광 프로그램인 웅진성수문병 근무교대식 예산을 삭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터다.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던 초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당디당략에만 매몰된 건 아닌지.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세태는 의원 12명 모두의 책임이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의장이 예산안 계수조정에 참여할 수 없는 만큼 무게 중심은 민주당에 쏠린다.

춘추 시대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월(越)나라에 갔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조정 중신인 계강자(季康子)와 맹무백(孟武伯)은 애공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조촐한 축하연을 열었다. 한참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진 뒤에 맹무백이 곽중(郭重)에게 “공은 그동안 몸이 많이 부해졌구려”라고 말하자, 애공이 냉큼 받아넘겼다. “곽공이 그럴 수밖에요. 그대들이 한 ‘거짓말을 하도 많이 주워 먹었으니’ 말이오. 그러니 어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었겠소?” 계강자와 맹무백은 곽중이 있는 자리에서 애공을 헐뜯는 소리를 마구 지껄였던 것인데, 그 곽중은 애공한테 가서 그대로 전했던 것. 식언(食言)의 유래다.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일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일침을 놨다.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적다.’ 논어 학이편(學而篇)은 듣기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미혹시키고 속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장자(莊子)는 ‘개가 잘 짖는다고 해서 좋은 개라고 할 수 없듯이, 말을 잘 한다고 해서 현자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현자는 말없이도 가르침을 준다’고 꾸짖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언행일치 #일구이언 #공주시의회 #공주시 #추경 #식언 #보여주기식 #표 의식 #간디 #계수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