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 14:43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물위기 속 ‘공주보 담수’ 선택 아닌 필수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04.02 06:40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자연에 맡겨두면 산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른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큰 비가 오면 산에는 사태가 나고 강에는 홍수가 넘쳐서 강산을 헐고 만다. 강산이 황폐함에 따라 민족도 허약해진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강산개조론’에서 산에는 나무가 가득하고 강에는 물이 풍성하게 흘러야 민족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로부터 물을 이용하고 다스리는 이수(利水)와 치수(治水)를 정치의 기본으로 삼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고대 중국에서 우(禹)가 천자의 자리에 올라 요순시대를 이어갔던 것도 황하를 잘 다스렸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발표된 ‘유엔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7.8억 명 가운데 4분의 3이 물부족을 겪고 있고, 이들 중 약 6억 1000만 명(8%)은 물부족 상태가 치명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물위기 인구의 43.1억 명은 아시아 태평양지역 사람들로, 아프리카 13.4억 명보다 3배가 넘는 수치다.
세계자원연구소(WRI) 또한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이 살고 있는 17개 국가들의 수자원이 모두 고갈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들 국가는 지나치게 지하수에 의존하는 등 극심한 물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오는 2030년 4억 7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극심한 물부족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64개의 물부족 국가 중 53위로, 중상위 수준의 물부족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비 내리는 것이 불규칙해지면서 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남부지방의 가뭄이 이를 대변한다. 제한급수와 페트병 수돗물 공급, 해수담수화 선박 투입은 물론 오염이 심해 활용하기 힘든 댐 바닥의 ‘사수(死水)’를 취수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중부지방도 심상찮다. 특히 충남 서부지역은 매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2년 104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시작으로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을 매년 경신 중이다. 물난리의 긴급처방이 보령댐 도수로와 예당저수지 도수로다. 올해 또다시 봄 가뭄이 지속돼 하루 최대 11만 5000톤의 물을 금강에서 퍼 나르고 있다. 지난해 8월 가동 중지 이후 200여 일 만의 재가동이다. 정부는 앞선 6월 물부족으로 모내기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자 부랴부랴 공주보 담수를 결정했다.
매년 가뭄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그나마 최악의 고통을 면할 수 있는 이유는 금강과 보(洑) 때문이다. 금강은 ‘충청의 젖줄’이고, 보는 가뭄에 없어서는 안 될 ‘물그릇’인 셈이다. ‘가뭄에 단비’와 같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대강사업 완료 이후 홍수피해 급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 한 방울도 소중한 때다. 어느 때보다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에 소중한 물자원이 허투루 흘러내려가는 모습에 농심은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물이 있어야 생명도 존재한다. 물 없는 강을 놓고 환경을 운운하는 것은 사치다. 물이 없는데 어떻게 녹조 없는 식수공급이 가능하고,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할까? 아주 먼 옛날 4대문명까지 거스르지 않더라도 지금의 도시구조상 강 재자연화는 ‘빛 좋은 개살구’다. 원시시대로 되돌릴 순 없는 노릇으로, 수량을 확보해 생명의 강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난에 대비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축제를 비롯한 수변문화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보의 탄력 운영을 포함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수·치수기능 확보를 통해 생명력 넘치는 강을 만들기 위해선 4대강 보 담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lgy@ggilbo.com
#가뭄 #홍수 #물부족 #물난리 #이상기온 #지구온난화 #자연재난 #이수 #치수 #공주보 #금강 #4대강 #공주시 #탄력 운영 #수문 #제한급수 #생명 #물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수첩] 공주시의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해 (0) | 2023.08.17 |
---|---|
[기자수첩] 공주시의회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0) | 2023.04.19 |
드[기자수첩] 공주시는 내일 뭘 먹어야 할까? (0) | 2023.03.22 |
[기자수첩] 혹시나 했던 공주시 인사 (1) | 2023.02.21 |
[기자수첩] ‘짜고 치는’ 시민과의 대화 (0) | 202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