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1. 13:01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혹시나 했던 공주시 인사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02.21 09:40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공주시 인사(人事) 말이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고 했던가.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철학도 신선함도, 감동은 더더욱 없었다.
그간의 하마평이 한치 오차 없이 그대로 적중했다. 의회의 바람대로 착착 아귀가 맞춰졌다. 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랭 건조한 편서풍에 몸을 맡겼다. 물론 누군가에겐 따듯한 무역풍이었겠지만.
초록은 동색, 찰떡궁합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적당한 타협에 뒷맛이 씁쓸하다. ‘꿩 먹고 알 먹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는 그저 시와 시의회의 희망사항일 뿐. 외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뒤죽박죽은 아닐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오래전 유행했던 광고카피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 그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다. 혹여 열심히 일한 공직자들이 상처를 받진 않았을지 심히 걱정된다.
두 명의 여성서기관 탄생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지만, 후한 평가를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혹여 구차한 변명이 나오지 않기를. 전출만 했지 승진인사는 우리 몫이 아니라고.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본연의 업무는 뒷전인 채 줄서기와 줄 대기에 바쁜 요상한 풍토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잠깐 쉬었다 오는 곳쯤으로 여겨졌던 의회사무국이 ‘금맥’ 곧 ‘승진맥’을 캐는 노다지로 변모했으니 세상 참 요지경이다.
앞으로 줄줄이 사무관에 서기관까지 달 일만 남았으니 그야말로 ‘꽃피는 춘삼월’이다. 말 잘 듣고, 시키는 일 또박또박 잘하면 승진은 떼어 놓은 당상이니 휘파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지금의 세월이 하 수상하다고 탄식하는 공직자는 의회 행을 서두르시라. 늦기 전에.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원칙이 무너지면 시쳇말로 ‘개판'이 된다. 옛날 과거시험장이 그랬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지럽게 뒤엉켜 ‘난장판’을 이뤘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면 재앙을 부르고, 인사원칙이 무너지면 조직이 위태롭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인사에도 등가교환 법칙이 작용한다. 잘못된 인사가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번 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본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가영성도 조심할 대목이다. 한 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조직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성공한 리더와 실패한 리더의 차이는 단순하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맡기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면 된다.
인사는 만사(萬事)다.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태도에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사, 누구나 공감하는 인사,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인사는 요원한 걸까? 못내 아쉬움을 남긴 ‘최원철표' 인사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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