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2. 14:46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文정권 계승 자처한 尹정권의 교육부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12.22 09:52
이건용 공주주재 기자
“정권은 바뀌었는데, 정부는 바뀌지 않고 있다. 정권이 교체됐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윤석열 정부가 주문처럼 외는 ‘공정’과 ‘상식’은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무려 3년을 넘기고 있는 총장 공백 사태에 신물이 날 지경인 공주교대 구성원들의 한탄이다. 취임사를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를 향해 원망 섞인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대학의 자율권 및 자치권은 철저히 유린되고 있다. 주권자로서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거부되면서 직접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적폐’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정말로 국민에게 있는지, 대학 민주주의가 지금 이 땅에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절대적이고 엄숙한 가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교육부의 태도다. 최근 대학에 재선거를 통한 재 추천 공문을 보내면서 문재인 정권의 인사위원회가 내린 ‘부적합 판단’을 인용했다. 철 지난 전 정권을 계승하겠단 의미와 진배없다. 하루 속히 대학 정상화를 바라는 3만여 동문은 물론 지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지사.
교육부의 군색한 변명은 가히 ‘목불인견’이다.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임용제청을 거부했다가 논란이 일자, 총장 후보자의 신상은 물론 배우자 교통 범칙금까지 탈탈 털었다. 물론 정부가 내세운 ‘7대 인사 검증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단 한 번의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소위 ‘늘공’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철 밥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급급하다. 과거의 결정을 절대 번복하려 들지 않는다. “어떤 재판 결과가 나와도 임용제청하지 않겠다”는 교육부 관료의 발언은 공공연한 후문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정변화와 상황에 따라 행정 재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법부의 판단대로 행정처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구속력을 가질 경우 자칫 삼권분립체제 하에서 행정부의 어떤 역할과 기능이 제한되거나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방송통신대의 경우 재판에서 패했으나 임용 제청됐다.
공주교대 문제는 대학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다. 지난 8월 31일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대학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학생과 직원 모두가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공주교대는 이미 2년 전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총장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선도적으로 법정신을 구현했다. 여타 대학들이 공주교대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공주교대가 대학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된 셈이다.
직선제 하에서의 임용제청은 헌법이 명시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 또한 새겨야할 대목이다. ‘총장은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총장임명제나 간접선거 또는 교수만이 참여하는 부분적 직선제일 경우 적용 가능한 규정으로 논리적 모순이다.
총장선거가 직선제 선출직이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장할 경우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이 당선자는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고 이를 교육부에 제출하면 임명 또는 당연 임용제청토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어떠한 재량권도 민주적 절차에 의한 소중한 권리행사와 개인의 공무담임권, 헌법이 보장한 대학자치와 대학의 자율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
공주교대의 총장 공백 사태 장기화는 정무적 판단의 산물이다. 정치공학이 대학 민주주의와 대학 자율성을 파괴한 심각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따라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가 앞장서야 하고,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표 되는 일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반민주’, ‘비상식’, ‘비교육’을 바로 잡는 일에 나설 때다. 정치적 해결은 결국 국민의 뜻을 따르고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를 가르칠지 난감하다”는 예비 교사들의 장탄식 속에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정권교체의 의미가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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