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곡도 촌철살인도 없는 공주시의회

2022. 9. 25. 16:31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정곡도 촌철살인도 없는 공주시의회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9.25 13:52

‘활을 쏘는 사람은 어떻게 쏘며 어떻게 듣는가. 소리를 좇아서 발사하고 발사해서 정곡을 놓치지 않는 자는 오직 어진 사람일 뿐이다. 저 재주 없는 사람이라면 어찌 적중시킬 수 있겠는가.’(射者何以射, 何以聽. 循聲而發, 發而不失正鵠者, 其唯賢者乎. 若夫不肖之人, 則彼將安能以中.) 예기(禮記) 사의(射義)의 내용이다.

‘공자(孔子)가 말했다. 활을 쏘는 것은 군자와 닮은 점이 있다. 정곡을 놓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중용(中庸) 14장의 내용이다.

과녁의 한가운데를 일컫는 ‘정곡’(正鵠)은 활쏘기에서 나온 말이다. 과녁 전체를 적(的)이라 하고 정사각형의 과녁 바탕을 후(候)라고 한다. 천으로 만든 과녁을 포후(布候), 가죽으로 만들면 피후(皮候)라 한다.

과녁의 정 가운데 그려진 검은 점을 포후에서는 정(正)이라 하고, 피후에서는 곡(鵠)이라 한다. 따라서 ‘정곡’(正鵠)은 `적중‘(的中)과 같은 뜻으로 어떤 문제의 핵심을 꿰뚫었다는 뜻이다.

남송시대 나대경은 손님들과 주고받은 맑고 고고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여기에 종고선사가 불교 참선을 두고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무기를 한 수레 가득 싣고 와서 이것저것 꺼내 써도 사람을 죽이는 올바른 수단이 되지는 못한다.

내게는 단지 한 치 쇳조각만 있을 뿐이나 그것으로 당장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유래다. 여기서 살인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날카로운 말로 상대편의 급소를 찌름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금 공주시의회는 집행부를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벌이고 있다. 추상(秋霜)과 같이 엄해야 할 자리가 싱거운 해프닝으로 끝나선 곤란하다. 피감기관의 장을 불러 놓고 설전을 벌이다 끝내 정회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정곡을 찌르지도 못했고, 촌철살인은 더더욱 없었다. 증인도 아닌 그를 증인 신문하듯 몰아붙였다. 옛 일을 상기시켜 창피를 주고, 체면을 깎고, 무안을 주는 것에 그쳤다.

새로 임명된 만큼 앞으로의 비전을 듣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묻는 게 순서였다. 시민들의 어려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켜 나갈지를 묻고 발전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종일관 인신공격에 그쳐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감사인지 취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묻는 것이란 핑계를 댔지만, 정작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굳이 캐지 않아도 될 일을 끄집어내 스스로 준비 부족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망신주기식의 질문은 외려 카운터펀치를 맞는 꼴이 됐다. 영리한 그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퍼컷을 날리고 달아나기 일쑤였다. 작정하고 나온 그에게 제대로 한방 먹었다는 평가다.

이래서야 의회의 위상도 영(令)도 제대로 설리 없다. 서릿발 같은 행감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 제격이다.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벌써부터 ‘헤어질 결심’을 굳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리를 보전한 의원은 단 3명뿐이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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