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4. 13:42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의회 내부 ‘회초리(回初理)’ 자성과 무용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9.04 08:48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했다. 요즘 지역 정치인들이 무서운 게 없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다.’ 시민들이 위임한 권력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으니, 이정도면 중증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중국 진(秦)나라 때 환관 조고(趙高)의 위세는 대단했다. 사슴을 말이라(指鹿爲馬)고 우긴 뒤 직언한 충신들을 모조리 죽였다. 조고의 무소불위 권력에 진은 몰락해갔다. 공주시의회에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로 시민을 속이는 ‘지록위마’는 없어야 한다.
땅값이 올라 ‘졸부’가 된 최 사장은 본인의 저수지를 관리하는 감시원을 두려했지만, 5만원에 불과한 적은 월급에 아무도 나서지 않자 ‘완장’을 채워주겠다고 제안한다. 선뜻 관리직을 수락한 종술은 ‘감시’라고 적힌 완장도 성에 차지 않자 ‘감독’이라 고쳐 쓰고 세 개의 빨간 가로줄까지 집어넣은 완장을 바꿔 차고 온갖 유세를 떨었다.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윤흥길 소설 ‘완장’의 골자다.
의회 민주주의는 ‘다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절차적 합리성을 근거로 절대 선처럼 여겨지면서 ‘다수의 폭정’으로 흐르기 쉽다. 일전 제2회 추경을 다룬 공주시의회가 그랬다. 자신만이 선하고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는 독선만 난무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의회민주주의는 실종됐다.
다수당(의장 제외 11명 의원 특위 구성)인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횡포에 대회와 타협은 물론이고 집행부는 안중에 있을 턱이 없었다. 사업 타당성 및 그에 따른 필요성 등 집행부의 설득을 들으려 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편’을 챙기려는 패거리 정치만 가득했다. 심지어 국비 지원사업 예산까지 삭감하는 무모함을 선봬 소중한 재원이 사장될 처지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속성상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챙기려는 마음은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하지만 정도가 있어야 하고, 내 게 소중하다면 상대방 것도 존중해야 한다. 아전인수 격의 자신만을 위한 정치는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게 뻔하다. 몇몇의 대표,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시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송영월 의원을 비롯한 내부의 자성론이 무게감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선의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할 재선 이상 다선의원들의 불성실한 모습은 보기 딱하다. 초당적인 섬김의 의정은 온데간데없고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는 야합과 자신만을 위한 정치는 그야말로 한심스럽다. 민의의 전당이 돼야할 시의회가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존재감마저 위협받으면서 스스로 ‘의회무용론’을 키우고 있다.
완장 찼다고 ‘조자룡 헌 칼 쓰듯’ 권력을 휘두른다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역사의 교훈이 똑바로 보여주고 있다. 권력은 정당하게 행사할 때만이 존중받는다. 권력을 남용하면 권위도 사라진다. 권위가 서지 않으면 시민들이 등을 돌리고 권력도 힘을 잃게 된다.
언제까지고 자기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것이란 착각은 위험하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주권자인 시민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분명히 기억하고 속아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완장을 채워줄 수도, 회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내’ 이익, ‘우리 당’ 이익, ‘우리 편’ 또는 ‘우리 식구’와 같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오직 시민과 지역을 위해 일하는 참 머슴이 많아졌으면 한다. 의회 권위를 바로 세워 ‘존경의 완장’을 찼으면 한다. 소명을 잃은 그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회초리’(回初理)를 들어야할지, 몽둥이를 들어야할지 두고 볼 일이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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