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준원의 등판과 선택의 기로에 선 최원철

2022. 8. 28. 10:27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이준원의 등판과 선택의 기로에 선 최원철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8.28 08:48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눈 닿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길을 택했습니다. (중략) 어디에선가 먼 훗날 한숨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일부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모 가전회사의 유명 광고 카피다. 당시 인기절정의 광고모델이 출연한 이 광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배우자 선택,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줄곧 인용되곤 했다.

‘민심과 함께하면 실패할 것이 없고 민심과 함께하지 않으면 성공할 것이 없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을 거슬러서는 나라를 얻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을 잃은 정권이나 정치지도자는 늘 쓸쓸한 말로를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 또한 국민의 생각과 기대를 읽지 못하는 ‘민심난독증’의 결과물이다.

지금 최원철 공주시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목하 선택의 기로에서 고심 중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만류에도 ‘선수교체’라는 칼을 빼든 탓이다. 이준원 전 공주시장을 포함한 9명의 새로운 선수가 등판해 최종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재단 명칭에 ‘관광’을 더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선수교체 카드는 여러 아쉬움과 우려 속에 훌륭한 선수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순간의 선택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향배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예향의 도시 위상 제고와 ‘문화수도’로의 지향점 모두 새로운 수장의 몫이란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문가 집단인 조직원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일, 그간의 괄목할 성과를 배가시키는 일, 보조금의 시혜적 배분 및 위탁업무와 축제 행사에만 열을 올리는 대다수 문화재단의 폐해를 불식시키는 일 또한 관심사다.

누가 낙점될지, 문화재단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섣불리 예단하긴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문 대표의 유임을 바랐던 여론을 등지고 교체에 나선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최 시장은 누누이 ‘소통과 섬김’을 강조해온 터로, 최근엔 소통을 넘어 ‘화통’을 보여준 그다. 그 다짐과 행보가 ‘말잔치’와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평민이었던 유방이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초 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황제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용인술(用人術)이다.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도 제 능력을 과신한 채 남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 항우의 최대 패착이다. 반면 유방은 군사와 인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면 터럭 같은 미관말직의 의견도 기꺼이 수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끌어내린 결정적 변수가 인사 실패로, 최원철 시장이 진지하게 곱씹을 대목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인사를 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인사 결과가 상식에 부합하면 그만이다. 민심을 거스른 인사는 국민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오는 31일 최 시장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심의 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스스로 기회를 차버리는 소위 ‘똥 볼’ 또는 ‘자책골’을 넣고 회한의 한숨을 내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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