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0. 13:34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친 공주문화재단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8.10 09:16
“현명한 사람을 등용했는데도 위태로움과 멸망에 이르는 것은 어째서인가?” 주(周) 무왕(武王)의 물음에 태공(太公)은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이것은 현명한 사람을 등용했다는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진실로 현명한 사람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무왕이 “그 잘못은 어디에 있소?”라고 재차 묻자 태공은 “그 잘못은 군주가 작은 선행이 있는 사람을 쓰기 좋아할 뿐, 진실로 현명한 사람을 얻지 못한 데에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전한(前漢)말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에 기록된 교훈이다.
춘추(春秋)시대 제(齊)나라 환공은 형의 측근으로 자신에게 활을 쏘았던 관중을 처음에는 죽이려고 했으나, 포숙의 건의를 받아들여 오히려 재상으로 임명해 부국강병에 성공했고,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주(覇主)가 됐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당(唐)나라를 건설한 태종 또한 정적이었던 형 이건성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간언했던 위징(魏徵)을 중용해 대제국을 건설했다.
노나라 임금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겠습니까?” 공자는 “곧은 사람을 등용(擧直)해 굽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이 따르고, 굽은 사람을 등용해 곧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인사(人事) 즉 사람을 쓰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조직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한 나라의 안위는 어떤 정책을 쓰느냐(安危在出令)에 달려 있고, 국가의 존망은 어떤 사람을 쓰느냐(存亡在所用)에 달려 있다’고 했다.
공주시가 여러 우려 속에 공주문화재단의 수장을 바꾸려하고 있다. 대다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 재단 대표 물갈이 수순을 밟고 있다. 11일부터 전국 공모에 들어가 오는 29일 서류심사, 30일 면접심사에 나선다.
재단의 명칭 변경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유동적이다. 현재의 ‘문화재단’이 ‘문화관광재단’으로 바뀔지, 아니면 현재의 명칭을 그대로 가져가되 재단 내부에 ‘관광부서’을 별도로 둘지 미지수다.
수장의 물갈이와 명칭 변경은 ‘새 부대에 새 술을 담겠다’는 최원철 시장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않고 새 부대에 넣으라’는 성결 구절의 전제는 ‘구태’다. 잘못된 구습이나 타성을 벗고 새롭게 진리로 거듭나야 함을 일컫는 교훈이다. 결국 잘못이 없는데도 바꾸려는 것은 ‘새 부대’를 포장한 ‘낡은 부대’에 지나지 않는다.
항간을 들썩이는 하마평은 영 시답잖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부터 관광과 교수에 심지어 전직 시장까지 거명되고 있지만, 하나같이 실무형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심지어 지방선거 이전부터 제기된 하마평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선거 승리의 ‘전유물’로 여긴 것은 아닌지.
더 좋은 인물을 뽑아 쓰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굽은 사람’을 등용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문화재단 출범 고작 2년여 착근도 안 된 조직에 코드인사 또는 낙하산 인사로 문화도시의 위상과 예향의 품격이 추락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질문하길 좋아하고, 남의 단점은 숨겨주고 장점은 떠 높이고, 양 극단의 주장을 듣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다수의 의견에 따라 정치했던 순임금의 ‘중용(中庸)’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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