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시의회 원구성과 ‘자살골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

2022. 7. 6. 11:18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의회 원구성과 ‘자살골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7.06 09:08

‘꼴’은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이나, 사람의 모양새나 행태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꼴값한다, 꼴사납다, 꼬락서니 모두 볼품없다는 뜻을 지닌 ‘꼴'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지금 공주시의회의 모습이 가히 ‘꼴불견’이다. 차마 눈뜨고 못 봐줄 정도로 꼴값하고 있다. 신선놀음(감투싸움)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머슴이 되겠다며 한 표를 읍소했던 게 엊그제다.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는지 당선증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시민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보기 딱하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야말로 ‘아귀다툼’이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들만의 입신과 양명을 위한 일에 몰두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시민들은 누가 의장이 되던 관심이 없다. 당쟁을 떠나 산적한 현안에 해법을 제시하는 생산적 의회를 바라고 있다. 한결같이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길 바랄 뿐이다.

시민들이 국민의힘에 6석, 더불어민주당에 6석을 사이좋게 나눠 준 함의는 협치(協治)다. 그런 준엄한 명령을 저버리고 당리당략을 앞세운 감투싸움에 형안이 돼 있으니 시민들이 장탄식의 한숨을 내뱉는 것은 당연하다.

원구성을 둘러싼 극한 대치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은 민주당의 자세는 당당하지 못했다. 전반기 의장자리를 요구하며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최원철 시장이 하는 일을 발목 잡겠다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무례함의 극치다.

그래놓고 이번엔 2년 뒤의 후반기 의장자리를 내놓으라며 일방적으로 작성한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윽박지르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쯤 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친절하게 보도자료까지 내서 의회 공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떠넘겼다.

협의서 작성 거부는 후반기에도 의장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말이다. 의장단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원구성을 보이콧한데 이어 7일로 예정된 첫 임시회도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잘못한 사람이 미안해하기는커녕 외려 성을 내면서 상대방을 나무라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뻔뻔함을 넘은 후안무치함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원구성 합의서까지 까발렸으니 몰지각과 몰상식이 하늘을 찌른다.

법적 구속력도 없거니와 상대방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을 때 까발려도 시민적 공분을 살 일을, 서명조차 되지 않은 일방적인 합의서를 만천하게 공개하는 촌극을 벌여 망신살이 뻗쳤고 자살골을 넣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다선 및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투표로 갈 경우 국힘이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를 독식할 수도 있다는 민주당의 우려를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잘못됐다.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했어야 했다.

한 번 실수는 병가(兵家)의 상사(常事)다. 일에는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 있고, 상대가 있으면 승패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의회 공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다. 1100여 명의 공직자들도 원구성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의회 원구성과 승진인사가 맞닿아 있는 만큼 그 폐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공산이 크다.

이제는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서둘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의장만이라도 우선 선출해 의회와 집행부를 돌아가게 하는 게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후 실력행사를 해도 늦지 않다. 공은 국힘에게 돌아가고, 명분은 민주당이 쥐게 된다.

의회무용론이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제9대 공주시의회의 현주소는 ‘아사리판’이다. 치솟는 물가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더 이상 비싼 밥 먹고 헐한 걱정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사리사욕의 분탕질로 정치 혐오와 피로감을 유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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