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철 공주고을에 또다시 등장한 ‘죽창가’
2022. 5. 29. 13:30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선거철 공주고을에 또다시 등장한 ‘죽창가’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5.29 08:47
“천황폐하께 신임장을 제출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강창일 전 주일 대사가 일본에 부임하면서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천황 대신 일왕이란 표현을 쓰자고 주장해 일본 측 반발을 샀던 그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외교 석상에서 정부의 공식 용어는 ‘천황’이었다. 그런데 굳이 ‘일왕’으로 바꾸자고 했다가 대사가 되자 입장을 180도 바꿨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공식 합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회견에서 불과 4년 전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확인된 만큼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처럼 뒤집었다.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당혹스럽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 방문해 천황을 만난 뒤 일본 국회 연설을 통해 과거사를 언급하면서도 “양국이 함께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외교가 상대를 살피는 것이라면, 상대 국민이 원하는 대로 (천황)호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궁성 만찬에서 과거사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토대가 됐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런 발언에 어느 누구도 ‘친일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가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인사가 이랬으면 벌써 ‘죽창가’를 부르며 ‘토착왜구’ 낙인을 찍었을 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도쿄를 잇는 양국 교류의 상징인 하늘 길도 곧 열릴 예정이다. 2020년 3월을 마지막으로 2년 넘게 운항을 중단했던 김포-하네다 노선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윤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에 발맞춰 최원철 국민의힘 공주시장 후보가 일본왕실과의 교류를 통한 20만 관광객을 유치를 공약으로 내놓자, 일부 시민단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죽창가’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친일 프레임’까지 씌워 공약 철회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독립유공자 가족인 최 후보를 ‘친일’로 매도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 최 후보 부인 오혜영 씨의 조부 오수남 선생은 지난 3·1절에 건국훈장을 추서 받았다. 오수남 선생은 1920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황해도 해주·연백군 일대에서 독립운동단체의 하나인 대한독립군사주비단 단원으로 군자금을 모집하다 체포돼 5년의 옥고를 치렀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친일 행각’으로 매도한 것은 감정적인 프레임만을 앞세운 싸구려 애국주의의 발로다. 보수 우파의 ‘빨갱이 프레임’과 무엇이 다른가? 그 프레임에 대한민국이 한없이 갈라지고 멍들고 있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규탄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역사와 현재를 구분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친일파’ 프레임을 씌워서는 곤란하다. 이제 시대착오적인 ‘죽창가'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친일파 또는 토착왜구라고 하며 죽창가를 부르는 데 염증을 느끼고 있다. 편 가르기를 하며 진영논리에 편승한 게 탈당의 가장 큰 이유다. 민주당은 지금 편 가르기와 열성 지지층만 보는 정치에 중독돼 있다. 계속 싸움을 걸고, 정치판을 시끄럽게 할 것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이 싸움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쓰면 진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lgy@ggilbo.com
#선거철 #공주시장 선거 #최원철 #공약 #죽창가 #토착왜구 #친일 프레임 #한일관계 #일본 천황 #관광객 유치 #독립유공자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5.29 08:47
“천황폐하께 신임장을 제출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강창일 전 주일 대사가 일본에 부임하면서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천황 대신 일왕이란 표현을 쓰자고 주장해 일본 측 반발을 샀던 그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외교 석상에서 정부의 공식 용어는 ‘천황’이었다. 그런데 굳이 ‘일왕’으로 바꾸자고 했다가 대사가 되자 입장을 180도 바꿨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공식 합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회견에서 불과 4년 전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확인된 만큼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처럼 뒤집었다.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당혹스럽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 방문해 천황을 만난 뒤 일본 국회 연설을 통해 과거사를 언급하면서도 “양국이 함께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외교가 상대를 살피는 것이라면, 상대 국민이 원하는 대로 (천황)호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궁성 만찬에서 과거사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토대가 됐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런 발언에 어느 누구도 ‘친일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가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인사가 이랬으면 벌써 ‘죽창가’를 부르며 ‘토착왜구’ 낙인을 찍었을 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도쿄를 잇는 양국 교류의 상징인 하늘 길도 곧 열릴 예정이다. 2020년 3월을 마지막으로 2년 넘게 운항을 중단했던 김포-하네다 노선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윤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에 발맞춰 최원철 국민의힘 공주시장 후보가 일본왕실과의 교류를 통한 20만 관광객을 유치를 공약으로 내놓자, 일부 시민단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죽창가’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친일 프레임’까지 씌워 공약 철회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독립유공자 가족인 최 후보를 ‘친일’로 매도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 최 후보 부인 오혜영 씨의 조부 오수남 선생은 지난 3·1절에 건국훈장을 추서 받았다. 오수남 선생은 1920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황해도 해주·연백군 일대에서 독립운동단체의 하나인 대한독립군사주비단 단원으로 군자금을 모집하다 체포돼 5년의 옥고를 치렀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친일 행각’으로 매도한 것은 감정적인 프레임만을 앞세운 싸구려 애국주의의 발로다. 보수 우파의 ‘빨갱이 프레임’과 무엇이 다른가? 그 프레임에 대한민국이 한없이 갈라지고 멍들고 있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규탄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역사와 현재를 구분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친일파’ 프레임을 씌워서는 곤란하다. 이제 시대착오적인 ‘죽창가'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친일파 또는 토착왜구라고 하며 죽창가를 부르는 데 염증을 느끼고 있다. 편 가르기를 하며 진영논리에 편승한 게 탈당의 가장 큰 이유다. 민주당은 지금 편 가르기와 열성 지지층만 보는 정치에 중독돼 있다. 계속 싸움을 걸고, 정치판을 시끄럽게 할 것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이 싸움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쓰면 진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lgy@ggilbo.com
#선거철 #공주시장 선거 #최원철 #공약 #죽창가 #토착왜구 #친일 프레임 #한일관계 #일본 천황 #관광객 유치 #독립유공자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수첩] 공주시청 ‘습격사건'과 삼인성호(三人成虎) (0) | 2022.07.04 |
---|---|
[기자수첩] 공주지역 당선인들에 바란다 (0) | 2022.06.07 |
[기자수첩] 김정섭 공주시장의 군색한 변명 (0) | 2022.04.17 |
[기자수첩] 윤석열 당선인과 금강 공주보(洑) (0) | 2022.03.20 |
[기자수첩]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위의 숨은 함수 ‘정(情)’ (0) | 2021.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