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시청 ‘습격사건'과 삼인성호(三人成虎)

2022. 7. 4. 11:03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청 ‘습격사건'과 삼인성호(三人成虎)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7.04 10:33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虎患),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공익광고 문구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뉴욕 거리 한 복판에서 실험을 했다. 연구팀 한 명이 가던 길을 멈추고 6층 창문을 올려다보자 42%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세 명이 올려다보자 60%이상이 관심을 보였다. ‘3의 법칙'이다.

“나 지금 떨고 있니?" 1995년 방영 당시 ‘귀가 시계’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명대사 중 하나로,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이 사형을 앞두고 인간미 넘치는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대사다.

지금 공주시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2개 부서가 경찰에 털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컴퓨터와 서류들이 압수당하는 것은 물론 해당 부서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압수와 함께 부서장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입찰방해’로, 금강일보의 단독보도<본보 2022년 4월 10일 보도 - 공주 석장리구석기축제 야간조명 입찰 '의혹', 2022년 4월 21일 보도 - [핫이슈] 공주구석기축제 입찰 잡음 ··· 이번엔 시장 측근 '개입설', 2022년 5월 8일 보도 - [공주 구석기축제 이모저모] 잡음 많았던 경관조명 두고두고 ‘말썽’> 이후 두 달여 만에 일이 터졌다.

공주시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압수수색이라는 점에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다. 공주시청뿐만 아니라 논란의 핵심인 B업체와 관련된 사업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타 공공기관들도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부 직원들은 불안감과 당혹감에 일손을 잡지 못하고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마구잡이식의 ‘카더라’ 통신이 시청 안팎으로 만연해 조직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온갖 억측과 루머 창궐은 오는 15일 또는 25일쯤 단행될 승진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지금 공주시의 가장 무서운 재앙은 헛소문이다. 조직사회와 나아가 지역사회에 불신을 전파하고, 근거 없는 공포심과 적개심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흉흉한 분위기 속에 그 전염력은 바이러스보다 빠르고 강하다.

하물며 필자와 관련한 ‘음모론’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기사제보의 배후에 공직자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풍문까지 나돈다. 어처구니가 없어 ‘황당무지로소이다’가 절로 나온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고 했다. 사실 무근의 낭설로 혹세무민하는 일을 삼갔으면 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뒤숭숭한 계절,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울 때다. 입방정은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동료애 발현 차원에서 쓸 데 없는 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차분하게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공직자로서 품위 유지와 언행에 각별히 유의했으면 한다.

어느 때보다 공직사회에 이목이 쏠려있는 만큼 공직기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해 동요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 어떤 경우와 순간에도 공직자는 사적이익이 아닌 공공이익을 위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유념했으면 한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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