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섭 공주시장의 군색한 변명

2022. 4. 17. 13:41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김정섭 공주시장의 군색한 변명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2.04.17 09:38 수정 2022.04.17 09:45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시인 여태천은 ‘변명’에서 ‘오늘 나의 두 번째 미소는 거짓이다. 그것은 마치 오래 신은 양말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처럼 불편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체한다. 한밤중에 당도한 손님처럼 부끄럽게 얼어붙은 두 다리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권경인 시인은 ‘변명은 슬프다’라고 했다. ‘말이란 할수록 많아지는 법. (중략) 이 골짜기 저 능선 바람의 길에도 도가 있으니,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고통 속에도 길이 있으리라. 공중에서 끊임없이 몸을 바꾸는 잠언 몇 줄기 깨어진 영혼의 아픈 틈을 메우듯 군더더기란 그런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정섭 공주시장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지역정가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배우자 명의로 2억 400만 원에 사들인 중학동 토지 339.70㎡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각에선 사전 개발 정보를 활용한 ‘투기’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전 정보를 이용했다면 ‘불법’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 시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공용주차장 조성 등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고 땅을 매입했을 것이란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또 서울 집은 자녀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닌 집으로, 장차 공주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 원도심에 땅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충남도내 기초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서울에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지역구에서는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재테크에 땅 투기 의혹까지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집을 사겠다던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그는 2년 전 집을 사겠다고 약속했지만, 집 대신 땅을 샀다. 인허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관할지역에서 임기 중 부동산 취득이 이루어진 만큼 이해충돌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 시장의 땅 투기 논란 확산은 백제문화제 격년제 개최 독단적 결정과 공주보 부분 해체에 대한 불분명 입장 표명 문제까지 소환하고 있다. 두 가지 사안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공주시 최초의 ‘주민소환 시장’이라는 오명까지 써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잘못한 경제정책으로 ‘부동산정책’이 꼽히고 있다. 3.9 대선 또한 ‘부동산’ 문제가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김 시장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오이 밭에 들어가 짚신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고 했다. 예기(禮記) ‘곡례편`에는 `재물을 구차하게 얻으려고 하지 말며, 어려움을 구차하게 모면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순간의 선택이 구차함을 불러오고 있으니 말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변명이나 해명 따위에 골머리를 썩고 있으니 안타깝다. 구질구질해질 수밖에 없는 변명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더구나 공주시의 수장이 약속과 말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10만 붕괴와 소멸도시 위기 속에 솔선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정작 본인 처신은 시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으니 공직사회에 ‘영’(令)이 서지 않는 것은 물론 ‘주민감동의 신뢰행정'이 뒷받침될 리 만무하다.

군색한 변명에 앞서 먼저 시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스로 내뱉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적어도 옹색함을 벗었을 것을. 주역에 ‘군자표변 소인혁면’(君子豹變 小人革面)이란 말이 있다. 군자는 자기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른 반면 소인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고 얼굴빛 바꾸기에만 급급해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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