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위의 숨은 함수 ‘정(情)’

2021. 11. 28. 14:42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위의 숨은 함수 ‘정(情)’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11.28 10:52 수정 2021.11.28 11:15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한국인에게 정(情)은 각별하다. 정(情)은 한국인의 정체성이자 문화코드다. 한국인의 피 속에 면면히 흐르는 삶의 원형이자 뿌리다.

정은 사람과 사람 간의 끈끈한 유대다. 마음의 훈기요, 인간다움 그 자체다. 정이 들면 곰보자국도 보조개로 보이고, 굶어도 정만 있으면 살고,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 된다. 그 놈의 정이 원수지만 미운 정도 정으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다.

요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또한 한국인의 정서에 흐르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만국공통어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다.

게임장 안에서의 ‘연대’ 또한 주목할 지점이다. 실패는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두려운 상황 속에서의 공감대 형성 즉, 감정적 상호작용은 신뢰를 높이고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같은 편을 의미하는 ‘깐부’ 또한 상생과 윈윈(win-win)의 공감과 연대다. 공동체 의식인 정(情)이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라고 외쳤던 고(故) 박동진 명창의 광고카피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문화계의 명제를 입증하고 있지만, 요즘 우리 것인 정이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 문화’는 점점 희박해지고 사회관계는 파편화 일로에 있다.

정은 주고받는 것이고, 정은 들고나는 것이다. 붙었다가도 떨어지는 게 정이고, 도타운가 하면 성긴 것 역시 정이다. 그래서 정은 ‘가는 정 오는 정’이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것이다.

최근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위원회가 새로운 국면을 맡고 있다. 국립국악원 분원 유치를 위해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했던 사무처장과 사무국장이 돌연 사퇴했다.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정(情)이 통하지 않은 까닭이다.

공감과 소통 부재에 기인한다. 특히 이들(자발적 시민단체)을 지원하고 격려해야할 공주시의 무성의는 애향심의 발로마저 걷어차게 만들었다.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사재를 털어가며 비지땀을 쏟았지만, 돌아온 건 냉대요 무시당하는 느낌이라는 하소연은 그들을 등 돌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러 차례 공주시와 유치위 간 소통부족이 도마에 올랐지만, 늘 도돌이표였다. 유치위 활동에 가장 핵심을 이뤘던 그들이 등을 돌리면서 김정섭 시장의 공약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나 홀로 삶의 방식을 강요받고 있는 지금, 사람간의 따뜻한 정(情)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해도 세밑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정(情)이 흘러넘치는 가슴 따듯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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