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학 민주주의의 ‘최후보루’ 공주교대
2021. 11. 18. 16:59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대학 민주주의의 ‘최후보루’ 공주교대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11.18 14:29 수정 2021.11.18 14:37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 (중략)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이 신새벽에 남몰래 쓴다 /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민주주의여 만세.’ 1975년에 발표된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의 일부다.
지금 공주 땅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목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반민주주의적인 사회현실에 숨죽여 흐느꼈던 공주교대 구성원들이 전면적인 단체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5만 5000여 졸업 동문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지금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정말로 국민에게 있는지, 대학 민주주의가 지금의 대한민국 땅에 있기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권력자는 오직 국민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절대적이고 엄숙한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권력은 몇몇 특권층의 전유물 또는 점유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수의 엘리트들은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국민들을 개·돼지쯤으로 보는 것과 진배없다. 그들의 전횡은 하늘을 찌른다. 지금의 교육부와 문재인 정부가 그 짝이다. ‘대학 길들이기’ 또는 ‘총장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적폐청산’을 내건 정부였던 만큼 이전 정부와는 다를 줄 알았지만, ‘도토리 키 재기’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주권자로서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거부되면서 직접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고, 대학 구성원들의 총의는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그들이 하는 짓은 더 가관이다. 궁색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총장 후보자의 신상을 탈탈 터는 것도 모자라 배우자의 일까지 들춰내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논문표절 및 중복게재 등 연구 부정행위, 음주 운전, 성(性) 관련 범죄 등 고위공직자 7대 인사 검증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로 까탈을 부리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의 이중 잣대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부동산 투기에 세금탈루 등등 각종 비리의혹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만 33명이다. 역대급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꼴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스스로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한 없이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마당에 대학에 ‘감 놔라 배 놔라’할 처지가 아니다.
사상 검증 의심도 받고 있다. 총장 후보자인 이명주의 교수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역사교과서를 찬성한 것이 임용제청 거부의 진짜 배경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교육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뽑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장장 5년하고도 2개월을 끌었던 공주대의 경우 총장 후보자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번복했던 정부다.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뭐냐는 비난을 피할 길 없다.
공주교대 문제는 대학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지난 8월 31일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대학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학생과 직원 모두가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공주교대는 이미 2년 전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총장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선도적으로 법정신을 구현했다.
때문에 여타 대학들이 공주교대 사태를 예의 주시 중으로, 공주교대가 무너지면 대학의 자율권과 자치권은 영영 이 땅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공주교대가 대학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된 셈이다.
법률전문가들마저 직선제하에서의 임용제청은 헌법의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다. 총장은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총장임명제나 간접선거 또는 교수만이 참여하는 부분적 직선제일 경우에 적용됐던 규정으로 논리적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총장선거가 직선제 선출직이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장할 경우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이 당선자는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고 이를 교육부에 제출하면 임명 또는 당연 임용제청토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떠한 재량권도 민주적 절차에 의한 소중한 권리행사와 개인의 공무담임권, 헌법이 보장한 대학자치와 대학의 자율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대학의 자율권 및 자치권 또한 철저히 보장돼야 마땅하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와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위헌이자, 교육적폐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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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11.18 14:29 수정 2021.11.18 14:37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 (중략)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이 신새벽에 남몰래 쓴다 /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민주주의여 만세.’ 1975년에 발표된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의 일부다.
지금 공주 땅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목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반민주주의적인 사회현실에 숨죽여 흐느꼈던 공주교대 구성원들이 전면적인 단체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5만 5000여 졸업 동문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지금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정말로 국민에게 있는지, 대학 민주주의가 지금의 대한민국 땅에 있기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권력자는 오직 국민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절대적이고 엄숙한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권력은 몇몇 특권층의 전유물 또는 점유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수의 엘리트들은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국민들을 개·돼지쯤으로 보는 것과 진배없다. 그들의 전횡은 하늘을 찌른다. 지금의 교육부와 문재인 정부가 그 짝이다. ‘대학 길들이기’ 또는 ‘총장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적폐청산’을 내건 정부였던 만큼 이전 정부와는 다를 줄 알았지만, ‘도토리 키 재기’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주권자로서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거부되면서 직접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고, 대학 구성원들의 총의는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그들이 하는 짓은 더 가관이다. 궁색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총장 후보자의 신상을 탈탈 터는 것도 모자라 배우자의 일까지 들춰내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논문표절 및 중복게재 등 연구 부정행위, 음주 운전, 성(性) 관련 범죄 등 고위공직자 7대 인사 검증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로 까탈을 부리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의 이중 잣대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부동산 투기에 세금탈루 등등 각종 비리의혹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만 33명이다. 역대급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꼴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스스로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한 없이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마당에 대학에 ‘감 놔라 배 놔라’할 처지가 아니다.
사상 검증 의심도 받고 있다. 총장 후보자인 이명주의 교수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역사교과서를 찬성한 것이 임용제청 거부의 진짜 배경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교육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뽑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장장 5년하고도 2개월을 끌었던 공주대의 경우 총장 후보자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번복했던 정부다.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뭐냐는 비난을 피할 길 없다.
공주교대 문제는 대학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지난 8월 31일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대학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학생과 직원 모두가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공주교대는 이미 2년 전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총장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선도적으로 법정신을 구현했다.
때문에 여타 대학들이 공주교대 사태를 예의 주시 중으로, 공주교대가 무너지면 대학의 자율권과 자치권은 영영 이 땅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공주교대가 대학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된 셈이다.
법률전문가들마저 직선제하에서의 임용제청은 헌법의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다. 총장은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총장임명제나 간접선거 또는 교수만이 참여하는 부분적 직선제일 경우에 적용됐던 규정으로 논리적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총장선거가 직선제 선출직이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장할 경우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이 당선자는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고 이를 교육부에 제출하면 임명 또는 당연 임용제청토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떠한 재량권도 민주적 절차에 의한 소중한 권리행사와 개인의 공무담임권, 헌법이 보장한 대학자치와 대학의 자율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대학의 자율권 및 자치권 또한 철저히 보장돼야 마땅하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와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위헌이자, 교육적폐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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