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름뿐인 ‘대표 프로그램’ 부끄럽지 않나
2021. 8. 2. 17:55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이름뿐인 ‘대표 프로그램’ 부끄럽지 않나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8.02 13:12 수정 2021.08.02 13:17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유레카!?유레카!” 기원전 시칠리아의 왕 히에론 2세는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게 했다. 그런데 그 금관이 과연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의심을 품고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금관의 순도를 알아내도록 했다. 왕관을 녹일 수도 없고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목욕탕 욕조에 몸을 넣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흥분한 나머지 ‘유레카(알아냈다)’를 외치며 옷도 입지 않은 채 거리로 뛰쳐나갔다.
대단한 발견이랄 것도 없이 흥행의 키워드는 이야기다. 탄탄한 스토리 즉 희곡이던 시나리오가 있어야 연극을 만들던, 영화를 만들던, 뮤지컬을 만들던 할 게 아닌가?
백제문화제 기간 공주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웅진판타지아가 매년 흥행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유도 스토리 부재 탓이다. 매년 시험무대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전격 도입한 실경공연 웅진판타지아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무대에 올려 진 작품들은 하나같이 무령왕의 일대기를 나열하기 바빴다. 이제 식상함을 넘어 따분하고 지루한데다 고리타분하기까지 하다. 거기서 진한 여운이나 감동을 불러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백제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긍심마저 찾기 힘들다.
최근 무대에 오른 판페라 ‘무령’ 또한 같은 선상에 있다. 제67회 백제문화제 개막일인 오는 9월 25일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 다시 오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만큼은 낙제점에 가깝다. 하고 많은 역사 중에 호족세력과의 암투를 시종일관 그린 것은 패착 중 패착이다.
그래도 공주시는 ‘최고의 기대작’, ‘명불허전’, ‘완성도 업그레이드’ 등의 수식어를 써가며 한결같이 자랑질이다. 체면은 차리되 염치는 없어도 된다는 것인지, 낮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인지, 딱 그 정도 수준일 뿐인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장기공연 중인 레미제라블과 미스사이공 등 세계적인 뮤지컬들이 수시로 스토리를 바꾸고 있다는 소릴 들어보지 못했다. 실경공연이라는 타이틀은 같으면서도 비견하기 어려운 수준의 장예모 감독의 인상(印象)시리즈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의 설화나 전설 또는 자연자원과 특산물을 탄탄한 스토리로 녹여내면서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하고 있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는데 왜 만날 이 모양일까?
해서 또다시 제안한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글은 모든 매체의 근간이다. 그저 그런 전국 공모가 아니라 통 큰 희곡(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백제문화제 콘텐츠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백제문화제 행사가 대폭 축소돼 치러지고 있는 만큼 크게 줄어든 예산을 미래에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전국 공모는 자연스럽게 백제문화제를 홍보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무령왕 갱위강국 선포 1500주년과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역사도시, 관광도시, 예향도시 공주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2년 뒤인 2023년으로 연기된 ‘대백제전’의 성공개최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도 요긴해 보인다.
굴뚝 없는 공장인 관광산업과 문화예술산업은 공주의 대표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천혜의 자연자원과 역사자원, 문화자원, 관광자원, 인적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하는 이유고, 공직자들이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lgy@ggilbo.com
#백제문화제 #웅진판타지아 #실경공연 #판페라 무령 #스토리 #희곡 공모 #공주시 #인상시리즈 #킬러콘텐츠 #대표프로그램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8.02 13:12 수정 2021.08.02 13:17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유레카!?유레카!” 기원전 시칠리아의 왕 히에론 2세는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게 했다. 그런데 그 금관이 과연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의심을 품고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금관의 순도를 알아내도록 했다. 왕관을 녹일 수도 없고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목욕탕 욕조에 몸을 넣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흥분한 나머지 ‘유레카(알아냈다)’를 외치며 옷도 입지 않은 채 거리로 뛰쳐나갔다.
대단한 발견이랄 것도 없이 흥행의 키워드는 이야기다. 탄탄한 스토리 즉 희곡이던 시나리오가 있어야 연극을 만들던, 영화를 만들던, 뮤지컬을 만들던 할 게 아닌가?
백제문화제 기간 공주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웅진판타지아가 매년 흥행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유도 스토리 부재 탓이다. 매년 시험무대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전격 도입한 실경공연 웅진판타지아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무대에 올려 진 작품들은 하나같이 무령왕의 일대기를 나열하기 바빴다. 이제 식상함을 넘어 따분하고 지루한데다 고리타분하기까지 하다. 거기서 진한 여운이나 감동을 불러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백제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긍심마저 찾기 힘들다.
최근 무대에 오른 판페라 ‘무령’ 또한 같은 선상에 있다. 제67회 백제문화제 개막일인 오는 9월 25일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 다시 오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만큼은 낙제점에 가깝다. 하고 많은 역사 중에 호족세력과의 암투를 시종일관 그린 것은 패착 중 패착이다.
그래도 공주시는 ‘최고의 기대작’, ‘명불허전’, ‘완성도 업그레이드’ 등의 수식어를 써가며 한결같이 자랑질이다. 체면은 차리되 염치는 없어도 된다는 것인지, 낮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인지, 딱 그 정도 수준일 뿐인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장기공연 중인 레미제라블과 미스사이공 등 세계적인 뮤지컬들이 수시로 스토리를 바꾸고 있다는 소릴 들어보지 못했다. 실경공연이라는 타이틀은 같으면서도 비견하기 어려운 수준의 장예모 감독의 인상(印象)시리즈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의 설화나 전설 또는 자연자원과 특산물을 탄탄한 스토리로 녹여내면서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하고 있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는데 왜 만날 이 모양일까?
해서 또다시 제안한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글은 모든 매체의 근간이다. 그저 그런 전국 공모가 아니라 통 큰 희곡(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백제문화제 콘텐츠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백제문화제 행사가 대폭 축소돼 치러지고 있는 만큼 크게 줄어든 예산을 미래에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전국 공모는 자연스럽게 백제문화제를 홍보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무령왕 갱위강국 선포 1500주년과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역사도시, 관광도시, 예향도시 공주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2년 뒤인 2023년으로 연기된 ‘대백제전’의 성공개최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도 요긴해 보인다.
굴뚝 없는 공장인 관광산업과 문화예술산업은 공주의 대표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천혜의 자연자원과 역사자원, 문화자원, 관광자원, 인적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하는 이유고, 공직자들이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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