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립충청국악원유치위의 ‘낭만(Roman)에 대하여’
2021. 6. 16. 16:15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국립충청국악원유치위의 ‘낭만(Roman)에 대하여’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6.16 12:40 수정 2021.06.16 12:41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당나라 때의 대표적 시인 이백(李白)이 끝도 없는 글 읽기에 진력이 나자 하산을 결심하고 집으로 향했다. 어느 냇가에 이르러 바윗돌에 도끼를 가는 노파(老婆)를 만나 호기심에 물었다. 바늘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갈고 있다는 말에 깔깔 웃자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갈다 보면 도낀들 바늘로 만들지 못할 리가 없다고 했다. 노파의 꾸준한 노력에 크게 감명 받은 이백은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학문에 정진했다. 당서(唐書) 문예전(文藝傳)에 실려 있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고사다.
수적천석(水滴穿石). 우리 속담에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 오프라 윈프리의 십계명 중 첫 번째는 ‘남들의 호감을 얻으려 애쓰지 마라’고 마지막은 ‘포기하지 마라’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성공한 사람은 힘차게 일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는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찾을 수 없다면 직접 만든다”라고 했고,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라고 읊었다. 시련과 역경을 겪지 않고 결실을 맺는 열매는 없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역경과 시련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다.
최근 공주시의회를 중심으로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와 관련한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면서 자발적인 시민 모임 국립충청국악원유치위원회의 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난 2년 6개월여를 쉼 없이 달려온 그들이기에 자칫 추진 동력을 잃을까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휴일은 물론 명절 연휴까지 반납한 채 전국 각지를 누빈 투혼은 서명운동에 돌입한지 약 7개월 만인 2019년 9월 말 15만 명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활동비 마련을 위해 십시일반 사비를 모으는 정성까지 보탰다. 이젠 지칠 법도 하고, 쉴 법도 하련만 건각들의 힘찬 발걸음은 멈출 줄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조차 꺾지 못한 것이 그들의 열정이다.
그들의 바람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다. 오로지 국립충청국악원 유치다. 누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섰기에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 누가 멈추라고 해서 멈출 일도 아니고, 누가 가라고 해서 갈 일도 아니다.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는 일념뿐.
니체의 말처럼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가 묻지 말고 그저 묵묵히 걷다보면 언젠가는 길 끝에 서있겠지 않겠는가? 꿈이나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들 그게 뭐 대순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유명 어록을 남긴 고 인당(忍堂) 박동진 명창만큼이나 공주의 위상을 높였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국악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높였고, 국악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 기여한 것만으로도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이라고 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하지 않는다고 했고,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인 까닭은 자신을 더 낮춰 모두를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겸손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강은 흐르고, 별은 뜨고, 꽃은 핀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좌고우면 말고 당당했으면 한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면서도 늘 행복했던 나무처럼.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국립충청국악원이 있다면 예서 말 수는 없다. 고지가 바로 저기는 아니어도 새는 날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언제 들어도 가슴에 와 닿는 조용필의 명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lgy@ggilbo.com
#국립국악원 분원 #국립충청국악원 #박동진 명창 #우리것 #바늘 #낙숫물 #늑도조절론 #서명운동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6.16 12:40 수정 2021.06.16 12:41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당나라 때의 대표적 시인 이백(李白)이 끝도 없는 글 읽기에 진력이 나자 하산을 결심하고 집으로 향했다. 어느 냇가에 이르러 바윗돌에 도끼를 가는 노파(老婆)를 만나 호기심에 물었다. 바늘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갈고 있다는 말에 깔깔 웃자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갈다 보면 도낀들 바늘로 만들지 못할 리가 없다고 했다. 노파의 꾸준한 노력에 크게 감명 받은 이백은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학문에 정진했다. 당서(唐書) 문예전(文藝傳)에 실려 있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고사다.
수적천석(水滴穿石). 우리 속담에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 오프라 윈프리의 십계명 중 첫 번째는 ‘남들의 호감을 얻으려 애쓰지 마라’고 마지막은 ‘포기하지 마라’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성공한 사람은 힘차게 일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는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찾을 수 없다면 직접 만든다”라고 했고,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라고 읊었다. 시련과 역경을 겪지 않고 결실을 맺는 열매는 없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역경과 시련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다.
최근 공주시의회를 중심으로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와 관련한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면서 자발적인 시민 모임 국립충청국악원유치위원회의 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난 2년 6개월여를 쉼 없이 달려온 그들이기에 자칫 추진 동력을 잃을까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휴일은 물론 명절 연휴까지 반납한 채 전국 각지를 누빈 투혼은 서명운동에 돌입한지 약 7개월 만인 2019년 9월 말 15만 명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활동비 마련을 위해 십시일반 사비를 모으는 정성까지 보탰다. 이젠 지칠 법도 하고, 쉴 법도 하련만 건각들의 힘찬 발걸음은 멈출 줄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조차 꺾지 못한 것이 그들의 열정이다.
그들의 바람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다. 오로지 국립충청국악원 유치다. 누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섰기에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 누가 멈추라고 해서 멈출 일도 아니고, 누가 가라고 해서 갈 일도 아니다.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는 일념뿐.
니체의 말처럼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가 묻지 말고 그저 묵묵히 걷다보면 언젠가는 길 끝에 서있겠지 않겠는가? 꿈이나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들 그게 뭐 대순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유명 어록을 남긴 고 인당(忍堂) 박동진 명창만큼이나 공주의 위상을 높였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국악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높였고, 국악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 기여한 것만으로도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이라고 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하지 않는다고 했고,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인 까닭은 자신을 더 낮춰 모두를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겸손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강은 흐르고, 별은 뜨고, 꽃은 핀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좌고우면 말고 당당했으면 한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면서도 늘 행복했던 나무처럼.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국립충청국악원이 있다면 예서 말 수는 없다. 고지가 바로 저기는 아니어도 새는 날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언제 들어도 가슴에 와 닿는 조용필의 명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lgy@ggilbo.com
#국립국악원 분원 #국립충청국악원 #박동진 명창 #우리것 #바늘 #낙숫물 #늑도조절론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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