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 15:16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인사정치’와 ‘최원철표’ 인사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02.01 09:42
농민 출신의 평범한 유방이 명문가 출신으로 천하제일 무장인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재패할 수 있었던 것은 용인술이다. 장량과 소하, 한신과 같은 인재들을 두루 기용했기 때문이다. 유방 스스로 한초삼걸(漢初三傑)을 등용해 부릴 수 있었던 것이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칭기즈칸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경영’이다. 그는 사람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평생 유능한 인재를 곁에 두고자 노력했다. 종교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으며, 자신의 적이나 천민이라도 인재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발탁했다. 공정한 승진과 보상이라는 인재 활용법은 결국 몽골제국이라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나라가 흥할 때는 군자가 기용되고 소인이 쫓겨나는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나고, 반대로 나라가 망할 때는 현인은 숨고 난신들이 귀한 몸이 된다”면서 “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정책을 내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은 어떤 사람을 기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일갈했다.
노(魯)나라 마지막 왕인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곧고 바른 사람을 들어 부정직한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복종하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들어 정직한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군주가 정직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면 백성은 믿고 따른다는 말로, 인사의 중요성을 거론할 때마다 회자되는 논어 구절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조직이 흥하고, 그러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순리대로 하면 긍정의 에너지가 생기지만, 반대의 경우엔 혼선이 가중돼 조직 활력을 뺏을 게 분명하다.
공주시가 이춘형 의회사무국장 후임 인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퇴직 1년 미만 서기관 파견’이라는 의회의 요청을 무시하자니 찜찜하고, 받아들이자니 인사원칙이 흔들리는 ‘대략난감’한 상황이다.
인사행정이 ‘인사정치’가 돼서는 곤란하다. 최적의 후보가 누구인지 고민하기보다 특정인을 배려하고 자리를 만들기 위한 인사, 친분이나 연고에 의한 인사는 결국 조직이 아닌 사람에게 충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인사 원칙과 기준이 흔들려서도 안 된다. 인사는 시정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이자 메시지라는 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승진 기준이 뭔지 꺄우뚱하게 만들고, 어떻게 일해야 승진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들어선 곤란하다.
‘염불보다 잿밥’이란 볼멘소리 또한 새겨들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공직풍토가 크게 위축되고, 업무수행은 뒷전인 채 줄서기에 바쁜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실 인사,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한 의회 자체의 입법직 공무원 채용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인사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지자체장의 부정평가 요인 중 하나는 ‘인사 실패’다. 성공한 리더와 실패한 리더의 차이는 단순한 데 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맡기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면 된다.
인사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조직원들에게 각인시키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조직 구성원의 업무 태도나 몸가짐에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만사(萬事)일 수밖에 없다. 민선8기의 성공 가늠자인 ‘최원철표' 인사가 어떤 식으로 꿰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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