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2. 15:07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는 내일 뭘 먹어야 할까?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3.03.22 09:28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일부다.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그 청춘을 엮어라/ (중략) 해는 항시 가슴에서 솟아오르고/ 즐거운 젊은 날/ 흘러내리는 날 날이 우릴 키운다.’ 조병화 시인은 청춘에 네 기를 세우라고 노래했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딸이/ 잘되라고 / 행복하라고 (중략)’. 1960년대를 풍미한 유행가 ‘아빠의 청춘' 한 구절이다. 부모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자녀들에게 만큼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1877년 4월 클라크 교수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배웅 나온 학생들에게 유명한 말을 남겼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그러나 현실은 가슴 쫙 펴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다.
연애와 결혼, 출산은 물론 내 집 마련에 인간관계까지 ‘5포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잃은 ‘7포세대’에 이어 ‘N포세대’의 등장은 젊은이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대변한다.
중소도시의 현실은 더더욱 팍팍하다. 충청의 수부도시였던 공주시의 경우 10만 붕괴를 코앞에 둘 정도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저출산(출산율 0.83명) 고령화(65세 이상 노령인구 30%육박)로 인해 매년 10%에 가까운 인구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도심에 위치한 중동초, 봉황초, 금학초 통폐합이 거론될 정도로 유소년과 학령인구 감소는 물론 경제활동의 주축인 청년인구(19∼39세) 감소는 공주시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산업경제기반과 일자리가 풍부한 대도시로의 탈출 러시는 결국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을 부르고 끝내는 지역소멸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세(市勢)를 키우는데 청년대책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 곧 청년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한다.
청년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지역소멸을 막는 최상책임에 틀림없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를 한방에 해결하는 ‘블루칩’이 분명하다.
하지만, 공주시는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에만 연연한다. 겉치레보단 실속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문화공간거점이 될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에 200억원을 넘게 투입하면서도 정작 청년창업 지원에는 도리질을 친다.
누군가는 공주시도 청년창업에 신경 쓰고 있다고 능청스럽게 말할 수도 있다. ‘유체이탈화법’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찔끔 지원에 너스레를 떤다. 생색내기가 아니라 멘토링과 교육에서 자금지원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청년창업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출산율 1위의 세종시를 비롯한 인근 도시들이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에 지극정성이다. 지역경제 혁신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언제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란 이유로 손을 놓고 있을 텐가? 소멸위기 탈출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는 것에 집착할 게 아니라 어떻게 미래를 대비할지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거대한 제국을 이룬 넷플릭스 창업자 마크 랜돌프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말에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있다. 내일은 뭘 먹을까, 공주는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까?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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