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지역의 문화자원을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문화자원도 관광객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자는 얼마 전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면서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내실은 없어 ‘속빈강정’에 불과하다며 공주시의 관광정책을 형편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마땅한 쉼터나 생리현상을 해결할 장소조차 없고, 음료수나 간식을 사먹을 변변한 편의시설은 물론 공주를 대표하는 관광기념품 및 특산물 전시판매 부스 부재 등도 지적하며 관광객 수용태세가 ‘빵점’ 수준이라고 꾸짖었다. 하지만 ‘쇠 귀에 경 읽기’로 여전히 그대로다.

공산성 주차장은 한계를 드러내면서 주변과 이면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 증가가 불 보듯 뻔했지만 대비하지 않은 탓이다. 부랴부랴 웅비탑 광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야말로 ‘뒷북행정’이다.

변변히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콘텐츠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공산성의 경우 흔한 활쏘기와 백제의복체험, 송산리고분군은 투호체험 이외에 관광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세계유산 등재라는 호기심에 공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낚였다’라는 실망감만 안겨주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문화재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하더라도 관광객들의 동선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전무한 상황이다. 관광객 대부분이 곧바로 주차장으로 향하는 풍경은 지갑을 열게 만들어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국내외 유명 관광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관광산업을 흔히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라고 한다. 별도의 공장이나 설비 없이도 고용창출 및 소득 증대 효과가 높기 때문에 청정 무공해 산업이다. 더구나 관광은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자연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휴식과 힐링으로 우리의 건강과 삶에 활력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관광도시 공주가 주목해야 할 산업이다.

또 필연적으로 숙박, 교통, 식사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앞 다퉈 축제를 개발하고 문화자원 및 자연자원을 특성화하고 상품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또한 시민들의 자랑거리에 그쳐선 안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각종 관광인프라 구축 및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시대 흐름에 맞춘 새로운 관광정책 수립과 능동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유산관리정책을 보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존과 활용의 조화를 꾀할 때가 됐다. 단순히 스토리를 알리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서 더 나아가 직접 참여해 스토리를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스토리두잉(storydoing)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시민들의 역량강화 및 참여활성화 정책, 학교교육과의 연계 또한 필수적이다.

관광객들을 머물게 하는 일, 꼭 한번 찾게 하는 일, 다시 찾게 하는 일, 공주와 백제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일,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일에 모든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문화예술 관광도시 공주’가 그야말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