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드라마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내용과 결과가 너무 뻔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을 리 만무하다.

최근 국립대 총장 임용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수상한 움직임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사고 있다. 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라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공주교대의 신임 총장 임명 또한 “그럴 줄 알았다”는 식상한 반응이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여기저기서 한숨도 터져 나온다. 정부는 엊그제 안병근 사회교육과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임명했다.

개교 77년 만에 모교출신 총장 탄생을 손꼽아 기다렸던 대학구성원들과 3만여 동문,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청와대 실세 개입 의혹’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총장 임용을 위한 국무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신임 총장으로 임명된 안 교수와 청와대 민정수석 및 인사비서관이 고교 동문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지역민심까지 들썩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정권의 힘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변경되면서 정권의 영예를 입어야만 총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총장 임용기준이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학연과 출신지역을 우선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학발전과 교육발전, 지역사회 발전에 복안을 가진 적임자가 총장에 선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던 대학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결국 참된 교육의 장이 돼야 할 대학이 정당한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소위 ‘윗선’에 의해 좌우되는 이상한 상황이 수시로 연출되고 있고,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선거 참관인조차 내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선거에 무신경했던 교수가 총장에 임용됐다. 지지기반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어떻게 학교를 이끌어 나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공주교대의 앞날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또 현 체제 즉, 간선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가 로또식 추첨에 의해 행운을 얻는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마다 ‘로또 총장’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야 할지 답답하다.

정부의 ‘갑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공주대의 경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총장을 선출해 놓고도 2년 가까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마디 언급도 없이 퇴짜를 놓고 있다. 때문에 학사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길들이려는 ‘갑질 횡포’를 중단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대학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겨야 한다.

공주교대 총장 임용과정을 지켜보면서 언제까지 대학을 통제하고 강압할 것이지, 언제가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민주적 결정을 외면할 것인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