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기자 |
백제문화제를 격년 개최 문제로 공주시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역사문화축제인 백제문화제에 대해 충남도가 격년 개최안을 내놓자 부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고, 공주시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상이몽인 셈이다.
축제의 차별화와 자립성 확보 등이 격년 개최안의 요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충남도의 예산낭비라는 시각과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부여군의 지역 이기주의 발로도 있어 보인다.
해를 거듭할수록 공주시와 관광객 수와 프로그램 면에서 비교열위(劣位)를 보이고 있는 부여군으로서는 절박해 보인다. 문제는 백제문화제를 바라보는 충남도의 시각과 정치적 해석이다.
갑년을 넘기고 새로운 갑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백제문화제를 1회성 축제로 보고 예산지원을 최소화 하려는 충남도의 시각과 몇몇 지역정치인들의 입김에 편승해 지역축제 지원에 형평을 맞추려는 태도, 전임 도백(道伯)과의 선긋기 차원에서의 정치적 견해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솔직히 기업지원예산 등등 충남 북부권에 쏟아 붓는 예산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낙후한 공주·부여에 지원하는 예산은 조족지혈이다. 그런데도 형평성을 운운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경주엑스포와 같이 3년 또는 5년 단위로 메가 이벤트를 치르자는 도백의 제안 또한 순서가 잘못됐다. 신라문화제는 매년 경주시가 자체적으로 치르고 있고, 경주엑스포는 격년제로 국비지원을 받아 대대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따라서 백제문화제도 격년개최를 논의하기 이전에 국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도백이, 더구나 격년개최 문제는 공주와 부여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백제문화제에 대한 도비 지원금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 공주·부여 양 지자체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백제문화제 도비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역 도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충남도를 질타하는 등 공주시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는데도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갈길 가련다’는 식으로 민의에 귀 닫고 앙상한 행정 자존심만 내세운 꼴이다.
갑년을 넘긴 백제문화제가 더 이상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면서 세계적인 명품축제로 육성시켜야한다는 데에도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백제유적이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원년이다. 찬란한 백제문화를 세계인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백제문화제라는 점에서 백제문화제 활성화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백제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공주와 부여로 몰려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충남도의 오락가락하는 행정이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종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가을 백제문화제에 공주를 찾은 관광객이 160만 명을 육박하면서 공주시민들의 기대감은 한껏 치솟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격년 개최 안을 던진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매년 백제문화제 기간 공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감안하고, 백제문화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감안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깨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