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기업민원인의 넋두리 “왜 안되나요?”
2015. 11. 23. 15:34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한 기업민원인의 넋두리 “왜 안되나요?”
데스크승인 [ 15면 ] 2015.11.22 이건용 기자 | lgy@ggilbo.com
얼마 전 한 민원인이 기자를 찾아왔다. 공주시가 서류미비를 이유로 도시계획심의위에 안건을 상정조차하지 않아 30억 원 이상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
도시계획심의 10일 전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법에도 없는 조항으로, 특히 도시계획심의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및 자문절차일 뿐 허가절차가 아닌 만큼 민원인의 심의 받을 권리를 존중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주시는 서류미비, 인·허가 유관 부서들의 의견수렴 시간 부족, 진입로 및 기존 마을과의 이해충돌 등 추후 예상되는 문제점 보완을 위해 안건 상정 연기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자세다. 민원행정 서비스 마인드 부족이다. 국민이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의사 표시에 대응하는 활동을 민원행정으로 본다면, 민원인이 억울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이 부분에 소홀하다. 국민 57.8%가 공무원은 무사안일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한국행정연구원의 통계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국민의 공복(公僕)인 공무원이 국민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 부작위와 직무태만 등의 소극행정으로 국민과 기업에 외려 불편을 초래하고,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기업인들을 돈벌이에만 급급한 ‘장사치’ 쯤으로, 부동산개발업자들을 ‘투기꾼’ 쯤으로 하대하는 일부 공직자들의 잘못된 인식은 더더욱 문제다. 이런 자세로 민원인을 대한다면 될 일도 안 될 게 뻔하다.
얼마 전 기자가 쓴 ‘한 기업인의 읍소’와 ‘답답한 공주에선 기업 못하겠다’라는 제하의 글은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기업유치나 투자를 목적으로 공주를 찾은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말을 믿고 왔는데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는 것.”
지역주민들의 피해민원을 미리 예단하는 일도 기업인들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역민들의 민원이 우선되고, 기업민원이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기업인들이 소위 ‘봉’으로 전락하는 세태를 꼬집으며 이러다 정말 ‘기업하기 싫은 도시’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두렵다고까지 했다.
공주시 공직자들이 ‘우리는 항상 고객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고객중심의 창의적이고, 능률적인 행정을 펼치겠습니다’라고 선언한 행정서비스헌장을 상기했으면 한다.
더구나 오시덕 시장의 최대 화두가 ‘기업이 오고 사람이 오는 도시’라는 점을 직시하고, 공무원들이 변해야 지역이 변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온갖 규제를 들춰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줄 아는 공직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공직사회의 ‘적당주의 전봇대’가 언제쯤 뽑힐지.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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