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년을 맞은 백제문화제는 일회성 축제가 아니다.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면서 세계적인 명품축제로 육성시켜야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패망의 역사로 기록돼 1500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백제가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원년이다. 지난 7월 4일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 부소산성과 능산리고분군 등 8곳의 백제역사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인이 지키고 가꿔야할 백제문화라는 점에서, 백제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백제문화제라는 점에서 백제문화제 활성화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도백을 비롯한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백제문화가 충청인의 정신적 뿌리이자 자존심이라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고, 백제문화제를 세계적인 명품축제로 발돋움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작 예산지원에는 인색하다. 정신적 뿌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어서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

실제 올해 충남도가 공주시와 부여군에 지원한 백제문화제 예산은 고작 2억 원씩으로, 백제역사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한껏 들떠있는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백제문화제 기간 공주를 찾은 관광객이 152만을 넘어 역대 최고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쯤 되면 도비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매년 백제문화제를 치르겠다는 선언이 나올법하다.

백제문화제를 바라보는 충남도의 시각이 오락가락하면서 적지 않은 혼선과 잡음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지역민들의 불신까지 키우고 있는 점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지난 2007년 이후 공주·부여 통합개최 해오던 것을 격년개최로 회귀하는 안과 4~5년마다 한 번씩 메가 이벤트로 치르자는 안을 충남도가 들고 나온 것 또한 백제문화제를 한낱 일회성·선심성 축제로 폄하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선 국비확보다. 백제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는 분명 호기다. 경주엑스포와 같이 국비지원을 통해 고대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해상왕국·교류왕국 백제를 되살리는 일이 최대 과제다.

낙하산 인사의 전형으로 옥상옥 형태를 보이는 백제문화제추진위의 위상 변화도 시급하다. 홍보 위주의 업무행태에서 벗어나 백제문화제의 방향 제시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문가 집단으로의 변신이 요구된다.

킬러 콘텐츠 개발도 시급하다. 백제문화제만의 장수 대표 프로그램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시민참여형의 웅진성퍼레이드에 대한 업그레이드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공산성과 금강 배경의 실경공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웅진성퍼레이드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실경공연은 중국 장예모 감독의 ‘인상시리즈’와 같이 지역주민들을 참여시켜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무대를 수상화해 상설화할 필요도 있다.

축제프로그램 공모 시 지역 업체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우선 배려, 지역 업체들의 축제 역량 강화 도모,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및 활용방안 연구, 백제문화에 정통하면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심사위원 위촉, 시청 내외부의 축제 전문 인력 양성, 현재 윗선의 지시에 의한 중구난방식 운영체제에서 벗어나 축제의 전권을 위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총감독제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의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