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모든 말을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 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아갈 뿐이야.” 이해인 시인의 '풀꽃의 노래' 한 구절이다.

지난달 31일자로 명예퇴직한 전경일 전 공주시 시민국장이 동료들에게 남긴 편지 한 통이 조직 안팎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구설수(口舌數)에 휘말리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지난 1977년 공주군청에서 공직생활에 입문한 뒤 도시건축과장, 기획예산실장을 거쳐 의회사무국장, 안전산업국장, 시민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다. 누구보다 많은 은혜와 혜택을 누린 그가 굳이 나가면서까지 독설을 퍼부었어야 했냐는 아쉬움이다.

또 최근 공직사회를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불명예퇴직이 늘고 있음을 상기할 때 명예롭게 퇴직한다는 것은 복(福)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수십 년간 동고동락을 함께한 동지와 조직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떠나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침 뱉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생 몸 담았던 조직을 떠나면서 회한에 쌓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이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퇴물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허탈감과 공허함은 상당할 것이다.

일부는 무력감과 불안감 나아가 패배감에 짓눌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건강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전 전 국장 또한 명예퇴직을 앞두고 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의 밤을 보냈으리라. 그럼에도 “조용히 떠난 만 못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주워진 책무에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되돌아보고, 본의 아닌 무례함으로 마음 상하게 한 일은 없는지 그리고 좀 더 잘해 주지 못해 후회스럽다는 동료들을 향한 감사와 고마움의 솔직한 자기표현은 남겨진 조직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줬다.

특히 극심한 인사적체로 조직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두고 자진 용퇴를 결정한 점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 38년간 지역발전과 고향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의 노고 또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제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고 인생 2모작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그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