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주재>

지난 4일 충남도와 공주시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후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4일 세계유산 등재 1개월을 맞아 충남도가 집계한 백제역사유적지구 5곳을 탐방한 관광객 수는 모두 12만 1784명으로, 세계유산 등재 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많게는 5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해 7월 3493명에 불과하던 공주 공산성의 경우 올해 7월 1만 9438명으로 1만 5945명 증가했고, 송산리고분군은 1만 3202명에서 2만 630명으로 742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2만 3373명 늘어난 4만 68명이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유산 등재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경제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광객 증가가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열에 아홉은 당일치기 관광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공주한옥마을을 제외하고 마땅히 묵을 만한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옥마을도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부족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변변히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고, 주변에 가볼만한 명소는 많지만 제대로 연계시키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쇼핑 공간 부족과 비싼 물가, 관광 인프라 부족 등은 관광객들의 재방문률을 낮추고 있다.
오죽하면 관광객들의 입에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주를 대표할만한 관광상품도 없기는 마찬가지고,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곳조차 변변히 없다. 관광객들의 동선을 따라 가는 곳마다 지역의 특산품과 관광상품을 진열해 놓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 구매를 유도하는 외국의 유명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관광객 수용 태세도 ‘빵점’ 수준이다.
낯선 관광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생리현상이다. 약 2.6km의 성벽길과 37만여㎡의 공산성과 24만여㎡의 송산리고분군 내에 생리현상을 해결할 장소조차 없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마땅히 쉴만한 벤치조차 없는 게 현실로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과 터미널의 경우 제일 찾기 쉬운 곳에 관광안내소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 도우미들을 상주시켜 관광을 안내하고, 통역을 원하는 관광객이 있을 경우 5분 내에 달려 올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과 특산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코너를 만드는 일 또한 당연히 필요하다.

관광은 말 그대로 ‘굴뚝 없는 산업’이다.
잠시 들러 가는 관광지가 돼서는 지역경제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한다. 과거의 낙후된 시설과 의식 수준으론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없다.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관광공주를 만들기 위해선 고객 감동이 있어야 한다. 시대 흐름에 맞춘 새로운 관광정책 수립과 능동적인 대응책 마련 없이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주민들과 관광업소들의 백제역사 교육과 의식개선도 필수적이다.

더 이상 구호로만 ‘관광공주’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수 있도록.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