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공주주재>
잠자던 백제문화유산이 사상 첫 세계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동아시아 고대 문명 형성에 기여한 백제의 역할이 인류사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백제문화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유산이 됐다. 세계인의 눈과 귀가 자연스레 백제의 왕도인 공주와 부여로 향하고 있다.

백제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는 투자활성화와 관광 활성화 등 낙후된 서남부권의 지역경제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의 사례에 비춰 세계유산 등재 이후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질 것으로 보여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대로 체계적인 관광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세계인이 주목하는 문화자원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한다면, 세계 속의 관광도시로 발돋움시키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외려 유적지 주변지역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게 뻔하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의 품격에 맞게 장·단기 관광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하고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먹거리 및 즐길 거리 개발과 호텔 건립 추진 등 역사도시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야 하고, 백제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계 관광코스 개발도 시급하다.

그런데 기존이 있는 볼거리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데서야 말이 되겠는가. 올해로 61회째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1500여 년 전의 백제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최고의 흥행작이다. 세계유산 등재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라 있는 마당이고, 외부인들의 기대감도 한껏 커져 있는 상황에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백제문화제가 자칫 실망 축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2007년 공주·부여 통합개최 이후 매년 상당한 예산을 지원해 오던 충남도가 올해는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워 세계유산 등재라는 축제 분위기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백제문화제 예산은 도비 20억과 공주·부여 10억씩 40억 원 규모다. 이는 평상시 50억 원 규모의 백제문화제 예산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치다. 지난해 100억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는 더구나 세계유산 등재 원년이다. 2010년 세계대백제전 이후 5년에 한 번씩 메가 이벤트를 열기로 했고, 도비 50%을 지원키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 그래놓고 올해 백제문화제의 주제를 세계대백제전 당시 설정한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로 잡았다니 도(道)의 태도가 가히 경박스럽다.

백제문화제를 세계적인 역사문화축제로 육성하겠다며, 백제문화제 70주년이나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기에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안희정 지사의 선언 또한 지켜볼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약속도 바뀌니 누군들 믿겠는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세계유산위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인정했듯이 백제유적은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 고대왕국들 사이의 상호교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이 주목하는 점도 고대 한일교류에 있다. 고대 동아시아에 우호적으로 문명을 발전시키고 전파한 ‘교류강국’ 백제를 되살리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백제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는 1400년 전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교류왕국 ‘대백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 시금석이 백제문화제다. 백제문화제를 제대로 육성하는 일이야 말로 어떤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보다 낫다고 단언한다.

차제에 백제문화제추진위의 성격과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백제문화제의 내실을 기하고 보다 나은 볼거리와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문가 집단으로 일신해야 한다.

글로벌 문화 교류로 세계인이 하나 되는 진정한 화합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좋은 예다. 2~3년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을 초청해 문화박람회를 열고 있다. 백제의 혼이 오늘의 우리에게 묻고 있다. 찬란했던 ‘해상 교류왕국 백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를.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