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축제 프로그램 제안공모 시 대형기획사의 명의만 빌려 사업을 따내는 소위 ‘마더(Mather) 입찰’을 제대로 걸려내지 못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백제문화제를 비롯한 공주시의 다양한 축제들이 공모절차를 거치면서 프로그램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폐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본보 8월 11일자 14면 보도>

◆ 대형기획사 명의 빌려 공모… 폐해 속출
공연기획사들의 과열경쟁은 ‘우선 사업을 따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수주로 인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업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욕심을 앞세워 무리한 수주에 나설 경우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결국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능력 밖의 회사인 만큼 일을 따내기 위해서는 대형기획사의 이름을 빌려올 수밖에 없고, 이름값으로 지불된 돈만큼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다. 명의를 빌려 준 대가는 통상 20~25%를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공연 노하우도 부족하다보니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사업실적과 노하우가 없고 능력도 부족한 회사가 유명 대형기획사를 끼고 들어오는 것을 공연기획업계에선 소위 ‘마더(Mather)·파더(Father) 입찰’이라고 하고, 이 같은 관행을 없애야 공정경쟁은 물론 축제의 질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름만 빌려 쓰고 과업수행은 정작 엉뚱한 곳에서 하는 축제의 근간을 흔드는 이상한 행위는 입찰 공고문에 명시된 공동수급참여 및 제3자에게 일괄 재용역 불가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다.

합법을 가장한 ‘위장취업’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주실적이나 능력이 부족한 공연기획사가 공모 선정을 앞두고 유력 공연기획사에 취업한 뒤 입찰에 응하는 등 축제운영의 근간이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축제 프로그램 공모 및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 시 과업이행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각 축제의 성격에 맞는 전문가들을 상대로 선정된 프로그램이 축제에 적합한지, 문제점은 없는 지 등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는 주문이다.

지역의 한 공연기획 전문가는 “지난해와는 달리 객관적 평가 점수를 20%로 낮춰 지역 업체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노하우를 쌓게 한 점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위장취업 등의 편법으로 입찰에 선정됨으로써 심사에 대한 불공정성 시비를 낳고 불신의 단초를 제공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우선협상대상자도 수행능력 꼼꼼히 따져봐야
이어 “제안공모를 앞두고 타 지역 유력 기획사에 취업해 입찰에 응한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명의를 빌린 회사에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떼어주고 나면 품질 저하는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며 “사실상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를 제대로 걸러내는 장치가 마련돼야 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낭패 보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적어도 축제공모 시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화려한 겉만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연기획업체들 또한 공무원을 속이고 시민을 우롱하는 일은 엄밀히 말해 축제를 망치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공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실경공연의 경우 백제문화제의 대표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공산성과 금강을 배경으로 얼마만큼 스펙터클한 무대연출로 관객의 감동을 자아낼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가슴 벅찬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서는 흥미진진하면서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함께 무대연출, 음향, 조명, 특수효과 등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