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대 총장 공백사태에 '꿀 먹은 정치권'
2015. 5. 12. 09:19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대 총장 공백사태에 '꿀 먹은 정치권'
이건용 <공주주재>
데스크승인 [ 14면 ] 2015.05.12 이건용 | lgy@ggilbo.com
최근 공주대 총장 공백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무려 14개월째 총장 공석상태가 이어지면서 지역민심이 들끓고 있다.
공주시의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탄원서 제출 및 서명운동 등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김현규 공주대 총장 임용후보자가 만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관심을 갖겠다”며 의례적인 인사치레 수준의 답변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 정치권의 무성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까지 공주대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구석구석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솔직히 부아가 치민다.
공주사범대를 모태로 한 공주대가 지역민들의 자랑이자 긍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지역민과 항상 호흡을 같이 해온 공주대가 지금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데도 ‘나 몰라라’ 팔짱만 끼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총장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 행정공백에 따른 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안업무들이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고, 대학의 장기 비전과 발전계획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산학협력선도대학(LINC·링크) 사업의 잇따른 탈락과 현재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대학구조개혁 평가 등등 당면과제들을 여하히 풀어가기 위해서는 리더(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총장 부재로 인해 어떤 피해가 속출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고, 갈수록 줄어드는 입학자원 관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 돌아갈 처지에 놓여있다.
현재는 종지부를 찍은 교명변경 논란보다 떠 뜨거운 시련이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해도 과언 아니다.
공주대 사태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상황 인식 부재가 자칫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지만, 시민여론은 정치인들과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현재 지역 정치인들의 상황인식은 거의 ‘제로’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도 케케묵은 파벌싸움이 학내에서 계속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로 헤게모니(hegemony)를 쥐기 위해 내 편 네 편 가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당장 기득권 싸움을 멈춰야 한다. 학교는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구성원 모두의 것이자, 공주시민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지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학내 구성원은 물론 지역 각계인사들까지 참여해 선출된 총장후보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임용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지역 정치권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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