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이동풍(馬耳東風)의 공주시가 민망하다
2015. 4. 30. 16:20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마이동풍(馬耳東風)의 공주시가 민망하다
데스크승인 [ 14면 ] 2015.04.28 이건용 | lgy@ggilbo.com
이건용<공주주재>
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봄바람이다. 봄바람이 말의 귀를 스치며 봄소식을 전해도 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요즘 공주시청 공무원들의 귀가 말의 귀를 닮았다. 아무리 떠들어도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너는 짖어라. 나는 내 갈 길 가련다”는 식이니 맥이 풀린다.
이런 걸 두고 ‘쇠귀에 경 읽기’ 또는 ‘말 귀에 봄바람’이라고 한다. 우매해서 아무리 일러주어도 못 알아듣는 것인지, 도대체 들으려는 자세가 안 된 것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
당나라 대시인 이백은 벗 왕십이로부터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하소연하는 내용의 시를 보내오자 ‘세인문차개도두(世人聞此皆掉頭) 유여동풍사마이(有如東風射馬耳) : 우리네 시인들이 아무리 좋은 시를 짓더라도 이 세상 속물들은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이맘때 쯤 기자는 ‘공주시 특산품 알밤 막걸리 육성 뒷짐’, ‘공주알밤 막걸리의 하소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면서 향토산업 보호육성에 뒷짐 진 공주시의 ‘수수방관’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었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획득해 유사상표 사용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구경인 공주시의 복지부동(伏地不動)과 지역 탁주업체들의 하소연을 구구절절 소개했다. 또 지역 특산품 보호를 위한 방법론까지 조언했지만 아직까지 우이독경에 마이동풍이다.
전국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공주밤이 시의 뒷짐행정으로 푸대접을 받으면서 관련업체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고, 막걸리 업체들의 원성은 여전한 상황이니 공무원들의 오불관언(吾不關焉, 모른 척함) 태도가 민망하다.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등 세 종류 인간형이 있다고 한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공직자가 있는 반면 자리만 차지하고 혈세만 축내는 공직자들도 허다하다. 그러니 소위 ‘철밥통’이란 소릴 듣는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도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뭇매 맞기 십상이지만, 세금을 녹으로 먹고 사는 죄인 아닌 죄인인 탓에 부아가 치밀어도 참고 산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시민을 제대로 섬기려는 ‘꼭 필요한 공직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얼마 전 취임한 잠비아 에드가 룽구 대통령은 “여러분의 종이 되게 해줘 영광이다. 당신들은 나의 주인이고 나는 당신의 종”이라고 취임소감을 밝히면서 무능한 공무원들을 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는 하지만, 쓸모없는 것들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다른 일까지 방해를 받는다.
일단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정리해야 한다. 아니면 어떻게 재활용해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이 시대 화두는 단연 ‘소통’이다. 민선6기 오시덕 호의 시정비전 ‘함께하는 행복공주’ 또한 소통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민들의 불편과 애로를 귀담아 듣는 겸청즉명(兼聽則明)의 소통행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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