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시의 어이없는 ‘안전무시증’
2015. 4. 27. 16:34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의 어이없는 ‘안전무시증’
데스크승인 [ 14면 ] 2015.04.23 이건용 | lgy@ggilbo.com
이건용<공주주재>
어떤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거나 황당할 때 우리는 흔히 ‘어처구니없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어처구니가 맷돌의 손잡이라는 설도 있고 추녀 끝에 얹는 상징물이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거나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물건을 가리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공주시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상황을 두고 ‘어처구니없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시민들로서는 분통터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원인 모를 화마로 한 시민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작 공직자들은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몇몇 공무원들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이나 실수로 치부하기엔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너무 심각하다. 재난대응시스템 자체에 문제점은 없는지, 야간 당직자들의 근무행태에는 문제가 없는지 제때 짚어볼 일이다.
세월호 침몰 1년 국가와 지방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새로운 재난관리시스템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있는 재난대응시스템마저 무용지물이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전문화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게 엊그제다. 안전관리 추진단을 결성해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공주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민선 6기 시정 비전 또한 ‘도약하는 희망도시, 함께하는 행복공주’에 있지만, 정작 공직자들은 무관심하거나 무감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어떤 행정 서비스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할 지 현재로써는 막막해 보인다.
화재 발생 이후 3시간이 지나도록 어떤 조치도,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안전불감증’을 넘어 ‘안전무시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일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다가 결국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게으른 머슴은 저녁나절이 바쁘다’고 했다. 때를 놓쳐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행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민의 고통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때늦은 대응조차 제대로 못해 시민들에게 극도의 불안을 안긴다면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겠는가?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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