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조합장들에게 '초지일관'을 바란다

2015. 3. 25. 14:41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새 조합장들에게 '초지일관'을 바란다 데스크승인 [ 14면 ] 2015.03.24 이건용 | lgy@ggilbo.com

 

 

이건용<공주주재>

 

일이관지(一以貫之). 처음과 끝을 하나로 꿰뚫는다는 뜻으로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나오는 말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공자(孔子)는 “많이 아는 것보다 하나로 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이관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새롭게 바뀐 조합장들에 대한 한결같은 바람도 처음 품은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사상 첫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막을 내린 요즘 새로운 조합장들이 취임식 준비로 분주하다. 임기 4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밝히는 자리보다 선거로 인해 분열된 조합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내실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 급선무인 것 같은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특히 갈수록 피폐해져가는 농촌현실과 농번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려한 겉치레보다 내실을 기하겠다는 조합이 나올 법도 한데 너도나도 취임식 준비에 들떠 있다. 공주지역 14개 조합들이 취임식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으로 ‘그들만을 위한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관행처럼 성대하게 치러지던 취임식을 생략한 채 경비절감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겠다는 다른 지역 조합장들의 결연한 각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모두 14개 조합 중 2명만이 연임의 기쁨을 맛볼 정도로 조합원들의 표심은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합장들 역시 구태의 관행을 벗지 못한 채 조합원들의 바람을 읽지 못하고 있다 해도 과언 아니다.

 

새로운 조합장들이 취임식에서 한결같이 내뱉는 단어는 “조합발전과 조합원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 동안 반드시 공약을 이행해 최고의 농협을 만들겠다”며 듣기 좋은 말풍년을 쏟아내고 있다. 빌 공자 공약으로 끝날지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약속이 말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바람이다.

 

말 그대로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발이 불이 나도록 뛰어야 한다. 농심(農心)은 조합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농협 개혁에 칼을 뽑아 달라는 조합원과 농민들의 목소리에 새 조합장들이 귀 기울였으면 한다.

 

초지일관의 자세로 조합발전과 농촌 발전을 위해 헌신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