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공주주재>
주요 외신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하나 같이 미숙한 초기 대응과 허술한 수습 과정을 꼬집고 있다.

한국은 그간 일어난 대형 사고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후진국형 안전불감증’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총체적인 재난관리시스템 부재,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최소한의 안전규정도 지키지 않았던 선박회사, 우왕좌왕하는 구조당국에 오락가락하는 발표까지 부실투성이인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지난 1970년 12월 제주 상백도동 25마일 해상에서 침몰돼 승객 및 선원 326명이 사망한 남영호, 292명의 사망자를 낸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에서도 국가재난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사고대처 능력은 44년 전이나 지금이나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대형 인명 사고를 낸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다시 대형 참사가 이어지면서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정부구호는 한낱 허언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다시는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초동구조에서 후속대처까지 재난대응 매뉴얼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매뉴얼을 손질하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식의 단편적인 대증요법으로는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명심했으면 한다.

지난 1971년 성탄절 165명이 사망한 대연각호텔 화재, 1993년 276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 탑승객 66명이 목숨을 잃은 아시아나항공 목포공항 추락과 서해 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지난해 7월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등은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생생하다.

세월호 침몰 엿새. 온 국민은 시시각각 발표되는 인명구조 상황에 가슴을 졸이면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도 같이 침몰했다는 국민적 비아냥이 쇄도하고 있다. ‘안전 대한민국’은 요원한 것인지. ‘안전 불감 공화국’이란 오명을 언제쯤 벗을 것인지.

오늘도 온 국민은 ‘기적’을 손꼽아 고대하고 있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