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공주주재>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 첫 구절이다.
제아무리 예쁜 꽃도 때가 되면 꽃잎을 떨구게 마련이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한창일 때가 곧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자연은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권력에 대한 욕망은 통제하기 힘들어선지 박수 받으며 물러나는 정치인이 많지 않다. 오죽했으면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토머스 홉스는 “권력욕은 오직 죽어서만 멈춘다”고까지 했을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다가 종래엔 때를 놓쳐 낭패를 보고 후회한다.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소용없다. 결국 때를 놓치고 ‘사후약방문’의 교훈을 얻어 든 정치인들을 여럿 봤다.

그래서 최근 이준원 공주시장의 행보는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내년 6·4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의 불출마 선언은 우리 선거풍토에서는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로, 세간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7년은 소신을 펴기에 충분했고, 이제 표 계산 없이 남은 1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는 의지 천명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암 투병 중인 아내 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눈물 훔치는 모습은 사뭇 인간적이다. 병든 아내와 늙으신 어머니,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의 든든한 남편이자 아들도, 아버지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불출마 선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발표였다. 모든 걸 뒤집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정상의 위치에 있을 때 내려오는 셈이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 시장은 해냈다. 진정한 승리자로서의 아름다운 퇴장이다.

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다. 투자도, 전쟁도, 농사도, 정치도 때를 잘 분간해야 성공할 수 있다. 투자의 적기를 놓치면 깡통 차기 십상이고, 농사에 있어서 때를 놓치면 풍년을 바라보기 어렵고, 정치도 때를 놓치면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다.
머물러야 할 때와 떠나야할 때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간”이라며 자신만의 영광을 뒤로하고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발걸음이다.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이 만연하고 정치 변화를 요구하는 요즘 그의 색다른 행보가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때를 아는 진정한 고수에게 멋지게 한수 배우려는 정치인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