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천국 강화도에는 전등사도 있고
2009. 7. 18. 07:41ㆍ아름다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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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유옥희 날짜 : 09-07-18 05:15 | |||||||||
그냥 한 번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곳을 생각할 때면 얼른 강화도를 떠올리곤 했었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지만 꼭 한번 그러고 싶었다. 지금까지 여의치 않아 떠나질 못하고 있었는데, 토요일에다 이런저런 거침새도 없고 그야말로 귀가 번쩍 뜨이는 낭보가 들려왔다. 혼자가 아니라 여행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할 순 없겠으나, 힘들이지 않고 강화도를 갈 수 있었다는 건 커다란 횡재다. 계룡시에 위치한 대원사에서 윤 5월 5일에 시행하는 3사(강화도 보문사, 전등사, 천안 각원사)불교성지순례에 동행하게 됐다. 아우의 주선으로 공주에서도 몇몇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버스 한대를 더 증차시켜 함께하는 영광을 얻게 된 셈이다. 이른 아침 7시 신관 대아사거리를 출발한 대여버스는 미련없이 시내를 벗어나더니 이내 그 잘난 예산-당진 공주고속도로에 진입, 술술 잘도 미끄러져 간다. 대원사 인득 스님은 오늘 방문지인 보문사는 선덕여왕 6년에 건립된 사찰로 낙산사, 보리암에 이어 3대 관음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하신다. 또 음력 윤달 5월 5일 오늘은 송장을 거꾸로 뒤집어 메달아도 뒤탈이 없는 날이라며 인간으로서 삶에서 알게 모르게 지은 죄업을 조금이나마 씻어내 보려고 이렇게 좋은 날에 방생의식을 행하는 것은 그나마 죄업에서 벗어나보려는 뉘우침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라고 부언하신다. 스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 30~40분 만에 서해고속도로로 접어든다. 화성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9시. 와~ 세상에 이렇게 빠를 수가! 빨라져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쉽고 빠르게 서해안 도시로 유입될 걸 생각하니 내 고장 공주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강화군 외포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가엔 노란 누드베키아가 환하게 우릴 반긴다. 강화도를 여러 번 다녀 온 이들은 갈매기와 공유하는 법을 알았던지 벌써 갈매기 밥이라는 새우깡을 준비해서 포즈 취하는데 공을 들인다. 우리 일행을 태운 두 버스를 삼보 2호 여객선이 통째로 집어 삼키더니 뱃전을 한 바퀴 빙 돌려 거꾸로 10분 쯤 내달리다 이내 심심한 뱃길이 막을 내린다.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로 향하며 인득 스님은 보문사가 세워진 전설과 차창에 스쳐 지나가는 눈썹바위를 쳐다보라며 말씀을 이으신다. 고기를 잡아야 할 어부에 의해 돌 불상이 스물 두개나 그물로 건져 올려 졌고, 고기는 잡히지 않고 쓸모없는 돌 불상만 자꾸 올라와 바다에 다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꿈속에 어느 노인이 나타나 “왜 성인들을 바다에 버렸느냐”며 “그분들은 서역에서 오신 나한님들이니 내일 다시 건져 낙가산 길지에 잘 모셔라”하여 돌 불상을 건져 올려 낙가산으로 옮기는데 갑자기 돌이 무거워져 움직이지 않더란다. 그곳이 바로 회정대사가 기도하던 움막 석굴 앞이었고, 오늘의 보문사란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길을 잘못 들어 한 바퀴를 다시 되돌아 온 외문항에서 방생의식을 행했다. 어디선가 인간에게 잡혀 오늘 죽을 뻔 했던 바다고기 광어, 다랑어 종 수십 마리들이 바다로 돌아가며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내 귀에 들려오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런 보문사를 찾아와 미역국에 담백한 점심 공양을 끝내고 눈섭바위 아래 석굴암 앞에서 몇 컷 기념촬영을 하고 전등사를 가기위해 하산했다. 강화도 전등사를 가기 위해서는 아까 방생했던 외문항에서 배를 타야 했는데, 이번엔 버스를 거꾸로 태워서인지 어지럽질 않아 바다 풍경을 재대로 볼 수가 있었다. 갈매기가 무리지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은 해질 녘 바다의 진풍경이었다. 물 빠진 자리마다 갯벌이 펼쳐져 있어 뻘 내음이 진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도착해서 걸어 올라간 전등사는 아주 오래된 고찰이었는데 주변을 둘러 자생한 귀한 우리 소나무 군락이 하도 보기에 좋아 수묵화의 소재 감으로 딱 이었다. 다들 대웅전으로 들어가 정성을 드리는 동안 나는 도량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내가 17세기로 거슬러 전등사를 창건할 당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상상을 문득 해진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닥불, 나무 자르는 소리, 땀 냄새, 묘한 뭔가가 머릿속을 채워옴이 느껴진다. 옛사람으로 환생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갑자기 왜 이런 상상까지 하게 됐을까, 이곳이 나와는 무슨 인연이 있기에. 그래서 내가 이곳을 그렇게 오고 싶었던 이유였을까?
대웅전 처마에는 벌거벗은 여인의 목상(裸婦像)이 있었다. 전등사에 내려오는 전설 중 하나인데, 전등사 대웅전을 만들던 목수와 동네 주막 아낙네와의 사랑이야기였다. 목수는 대웅전을 다 완성하면 같이 살자고 사랑을 약속하였지만, 그 아낙은 목수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갖고 다른 남자와 도망가 버렸단다. 목수는 하도 분해서 결국 대웅전 처마 밑에 그 아낙의 목상을 만들어 세웠다는데, 전해 내려오는 말로는 ‘평생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반성하며 살라’는 의미로 처마 밑에 그렇게 힘든 모습을 한 나부상을 만들었단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엔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와 러브스토리는 있는 법. 글쎄 아름답기만 한 사랑얘기는 아닌 것 같아 뒷맛이 쓰다. 하지만 이런 고찰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 오래오래 보존해도 되는 충분한 문화적 가치는 있어보였다. 특히 전등사에는 ‘예수제 드리는 중’이라 Tm여 있었는데 무슨 뜻 인고 알아보니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제사를 올리는 거란다. 다소 생소하지만 있을 법한 일. 전등사 주변엔 신축공사를 많이 벌여놓았는데 무얼 짓는지 살펴보지 못했다. 해는 서산마루에 뉘엇뉘엇 기우는데 남은 음식들을 소나무 밑에서 나누어 먹고 제3 방문 사찰인 천안 각원사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0시 쯤. 깜깜한 각원사에서는 제대로 뭘 볼 수는 없어서 무엇을 알아갈 수는 없었어도 깊은 고요 속에 숙연한 정성으로 기도중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또 사찰이 아주 크고 아주 큰 도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너무 늦어서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이것이 여자와 남자의 다름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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