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의사, 그리고 도전정신

2007. 8. 29. 09:03아름다운 글

41장-교사와 의사, 그리고 도전정신
공주대 김덕수 교수의 파워칼럼
2007-08-28 14:15:00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wr_id=380',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wr_id=380',sWinName,sWinopts); }
사범대학에서 미래의 공교육을 책임질 예비교사를 가르치는 나로서는 늘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어떻게 가르치고 지도해야만 제자들이 나중에 훌륭한 교육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떤 교수 기법이 중·고생들의 이해를 돕는데 최적最適이며, 어떤 평가방법이 그들의 실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에 염두를 두면서 그에 부합하는 강의를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나 자신도 불완전하고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자들의 욕구를 100% 충족시키는 강의는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매 학기마다 제자들이 해주는 강의평가 내용을 조회해 보면서 내 강의의 개선점을 찾기 위한 노력만큼은 열심히 하고 있다.

교사와 의사의 공통점은?

나는 매학기 초마다 내 수업을 듣는 제자들에게 교사와 의사의 공통점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것은 교직에 입문하려는 제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줌으로써 보다 많은 노력과 정진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사실, 교사와 의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첫째로 교사와 의사는 모두 전문 치료사라는 점이다.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사람이라면,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관리하고 그들의 지적知的인 문제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의사들과 비교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교사와 의사 모두 ‘치료’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벌이나 협박보다는 격려와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환자의 신체적 내지 정신적 질병을 다루는 의사는 ‘치료’라는 명분으로 협박 카드를 종종 선택한다.

“술과 담배를 끊고 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상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식의 얘기가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의사의 그런 협박은 환자의 반발이나 자포자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오히려 의사가 환자에게 진찰결과와 그에 따른 처방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당신의 질병은 충분히 고칠 수 있다”라는 용기를 북돋아준다면 훨씬 더 큰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용기와 격려에 따른 신념의 위력은 플라시보placebo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란, 화학적 성분으로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하고도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환자가 의사의 처방과 그에 따른 약의 효능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면, 비록 가짜 약일지라도 상당한 치료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수업 공간을 장악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으로는 ‘체벌’이라는 강압적 수단과 ‘격려’라는 자발적 수단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격려’보다는 ‘체벌’을 선호하는 경향(요즘에는 체벌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아예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이 있다.

왜냐하면 체벌이 격려보다 단기적인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경고 메시지를 통한 예방효과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벌은 그 나름대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교육자로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랑의 매와 폭력간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자칫 체벌과정에서 교사의 감정이 실리는 경우에는 해당 학생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많은 동료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해지는 교사의 체벌은 설령 그것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매 맞는 사람에게는 극도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체벌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체벌보다 더 좋은 대안 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한계는 있지만, 학생들 지도에 용기와 격려만큼 더 좋은 것은 없다. 교사가 인간적인 자세로 학생들의 언행이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들과의 신뢰관계를 쌓아나간다면 학생들도 교사의 가르침에 기꺼이 순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책戰國策’을 보면, ‘위지기자사爲知己者死 여위설기자용女爲設己者容(이것은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단장 한다’는 의미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나는 이 말이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즉 학생들도 자신을 믿어주고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교사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마乘馬의 세계에서도 상급 조련사는 휘파람(용기와 격려에 해당된다)과 당근(동기부여로 볼 수 있다)만으로 야생마를 온순한 말로 길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또 중급 조련사는 채찍질 하는 시늉과 조마삭(말이 원을 그리면서 사람을 태우는 훈련을 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끈을 의미한다.)으로 야생마를 길들이는 사람이고, 하급 조련사는 가혹한 채찍질로 야생마를 길들이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낙마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말의 조련과정을 분석해보면, 십중팔구는 하급 조련사에 의해 길들여진 말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체벌은 권장할만한 교육수단이 못된다.


교사와 의사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교사와 의사는 남의 문제를 치료해주는 전문가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치료’에 한정시켜 본다면, 교사는 의사에 비해 자기 역할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내 주장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교사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좀 더 나은 개선책을 찾는 게 지금 시점에서는 보다 더 중요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문제에 관해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가령, 몸살 증세와 오한惡寒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병명病名을 밝혀내기 전까지는 일체의 진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환자에 대한 문진問診, 체온 측정, 가슴 부위에 대한 엑스레이X-ray 촬영, 목구멍 검사 등 일련의 검진 과정을 통해서 병명이 밝혀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주사나 투약 처방을 내린다.

한편, 교사는 그러한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학생들의 지적인 문제를 치료하기 위한 강의에 돌입한다.

즉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 내재된 문제에 대한 치밀한 검진檢診작업을 생략한 채, 교사의 일방통행적인 지식 주입을 감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최적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은 모르는지’, ‘아는 것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아니면 외워서 대충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왜 모르는 것인지, 개념이 어려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인지해야 한다.

혹자는 ‘한 사람의 교사가 30~40명에 이르는 수많은 학생들의 지적인 문제를 어떻게 검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수강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전평가를 실시하면 된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내재된 지적인 문제점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수기법과 강의내용, 그리고 강의방향과 강의수준을 재설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류 교사와 이류 교사의 차이는 개인의 실력이나 지식 차이보다는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검진을 통해 그들에게 얼마나 눈높이를 잘해가며 수업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교사와 제너럴라이징 스페셜리스트

내 입장이 교육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개인적으로 의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보다 교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의사는 현재 환자의 신체적 내지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는데 반해, 교사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棟樑들의 지적인 문제를 치료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은 그들의 창의적인 두뇌에서 나온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교사들보다 높은 것은 의료기술에 대한 ‘희소성稀少性’과 진료서비스의 차이에 기인한다.

앞으로 우리 교사들이 의사들보다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키는 것만을 잘하는 로봇형 인재가 아니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낼 수 있는 제너럴라이징스페셜리스트(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런 유형의 인재를 T자형 인재라고 정의했다)들을 길러내야만 한다.

제너럴라이징스페셜리스트란, 다방면에 풍부한 교양과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특정분야에 대해 아주 해박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특히 제너럴라이징스페셜리스트들은 입체적인 사고에 능숙하며, 매사에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도전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교사가 이런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 스스로 ‘질문 리더십’을 옹골차게 실천해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의 질문이 수업진행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교사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고, 교사 또한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그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교사들은 열린 마음과 깨어있는 사고로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질문에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대해주는 컨설턴트로 변모했으면 한다.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나는 이런 질문을 선생님께 드렸다가 검은색 직사각형 출석부로 호되게 얻어맞았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 백제의 궁녀 숫자는 왜 3,000명으로 똑 떨어지는 거죠. 3,004명이 더 현실적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원리합계 공식; S=a(1+r)n(S: 2002년도 부여인구, a:미지수로서 660년 부여인구, r:인구증가율, n:1402=2002-660)을 이용해서 풀면 660년의 부여인구가 3,000명도 채 안 되는데 어떻게 궁녀 숫자가 3,000명이 될 수 있는 거죠?”

그 질문은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뒤에야 KBS 역사 스페셜을 통해서 풀 수 있었고, 나도 그 과정에서 KBS 측에 일조一助했음을 밝힌다.

‘질문 리더십’의 저자인 마이클 마쿼트는 ‘질문 리더십’에 대한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평범한 리더는 부하직원들에게 친절하게 해답을 준다. 그러나 뛰어난 리더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부하직원들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도록 하는 게 해답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리더가 위대한 질문을 한다. 창의적인 사고나 변화는 리더의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질문을 두려워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라고. 지금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독려하고, 열린 질문을 통해 입체적 사고를 키워주는 교사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이제 21세기를 선도할 창조적인 인재양성에 나서야 할 우리 교사들은 마쿼트의 얘기를 금과옥조로 삼으면서 훌륭한 ‘질문 리더십’의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교육계와 우리 교사들의 적극적인 인식변화를 기대해 본다.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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