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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흐드러진 부여 궁남지. |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라는 부여 궁남지에서 ‘서동 연꽃축제’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상희씨와 6시에 부여를 향해 안개 자욱한 백제큰길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부소산이 여유로운 자태로 조용히 아침을 맞으며 “어딜 그리 급하게 가노”한다.
정림사지를 두른 담장을 돌아가니, 여기저기에 서동연꽃축제 표지판이 눈에 띈다. 초행길에도 쉽게 찾아오도록 잘 준비되어 있다.
궁남지에 들어서자 사방이 형형색색 연꽃 천지다. 아침 일찍 연꽃을 보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만개한 연꽃이 우릴 반긴다.
‘톡’ 봉우리를 터트리는 연꽃의 향연에 우리는 그저 환호성과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우와! 세상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어젯밤도 청벽에서 밤늦도록 야경에 젖어 촛불 밝혀가며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새벽녘엔 또 이렇게 연화에 푸욱 빠져있다.
삶을 축제처럼 즐기며 살고자하는 최 선생의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에 공감하는 동족들이 있어 행복하다.
넓은 서동연꽃공원 곳곳에는 쉴 수 있는 원두막과 바윗길, 징검다리, 원목다리 등이 적절히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편의를 배려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이른 아침 호젓한 연화숲속의 한 원두막에 걸터앉아 즐기는 연꽃차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여기에 최 선생의 깜짝이벤트까지 더해지니 감동 두 배다.
몇 년 전 나와 도예를 같이했던 영순씨가 생애 최초로 만든 처녀작을 최 선생 생일선물로 주었다더니, 핀칭(pinching) 다기(茶器)세트가 최 선생의 배낭에서 줄줄이 펼쳐진다.
이 좋은 아침, 아름다운 연꽃을 배경삼아 좋은 사람들과 그윽한 향을 함께 하니 이 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무왕의 어머니가 용을 품었다는 포룡정 한 쪽으로 황포돛배 한 척이 유유히 떠 있고, 백제 오천 결사대 출정비도 우뚝 서 아침 햇살을 가른다.
수줍은 듯 외롭게 하나씩 피어 있는 수련꽃, 주변으로 도라지 꽃, 하늘을 배경으로 한 참나리꽃 등도 즐비하다.
또 기념식수들마다 기증자의 이름표가 붙어 있어 보기에도 흐뭇하고, 행정기관의 자상하고 정감 넘치는 배려와 지역민들의 동참의식이 그대로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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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배경삼아 활짝핀 참나리꽃. |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는 관광지로 거듭나려는 부여군의 모습이 부럽다.
이날 저녁, 노래하는 스님이 계신다는 라이브카페 금산의 ‘황토집 사람들’에서 맞은 합동 생일파티 또한 영원히 잊지 아름다운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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