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보고싶어 두번이나 울었어요”

2007. 8. 20. 00:26아름다운 글

“부모님이 보고싶어 두번이나 울었어요”
여름방학 맞아 ‘도령서당’을 찾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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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의당면 두만리 천태산 맞은편 골짜기에 위치한 도령서당.


창호(窓戶)문 밖으로 어린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가 청아하다.

오후 3시, 가마솥더위에 지쳐 매미마저 울음을 멈춘 시간. 30여명의 아이들이 정좌를 하고 앉아 초롱초롱 눈망울을 반짝이며 훈장님의 선창에 맞춰 동몽선습을 따라 외우고 있다.

‘天地之間 萬物之衆에 惟人이 最貴하니, 所貴乎人者는 以其有五倫也니라(천지 사이에 있는 만물의 무리 가운데에서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다.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오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도령서당(道令書堂)’은 첩첩 두메산골인 공주시 의당면 두만리 차령산맥 줄기의 천태산, 일명 동혈산 맞은편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다.

공주시 의당면 요룡리에서 호젓한 산길을 따라 10여리를 오르면 두만리 마을회관에 닿는다. 여기서 비포장 산길을 따라 1km쯤 더 오르면 한옥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령서당’을 만난다.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 낭랑하고, 건너편 한옥에 들려오는 정겨운 사물놀이 소리가 나른한 오후를 깨운다.

마침 뒷산에 가서 풋밤을 줍고 돌아온다는 상주학동들과 마주쳤다. 이곳 도령서당에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상주하면서 전통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학동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훈장님의 선창에 맞춰 동몽선습을 따라 외우고 있다.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어서 좋다”는 조윤석(13.여) 어린이는 “대전에서 도령서당으로 온지 2년이 넘었으며, 인근 수촌초등학교 어린이회장을 맡을 정도로 책임감도 강해지고 의젓해 졌다”고 정민호(41) 훈장이 귀띔했다.

올해로 두 번째 도령서당을 찾았다는 설경수(14) 군은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4번이나 도망가다가 붙잡혔다”며 “이제 오늘밤만 지내면 집으로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한다.

대전 대흥초등학교 6학년 강병기 어린이가 쪼르르 달려와 “저도 인터뷰해주세요. 저는요, 물놀이도 재밌었고, 밥도 맛있었고 다 좋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두 번이나 울었어요. 효도전화하면서 여자애들보다 남자애들이 더 많이 울어요”라며 6주간의 교육과정을 구구절절 나열한다.

“애는요, 부모님 보고 싶다고는 한 번도 안 울었는데, 훈장님한테 혼나서 수도 없이 울었어요”라며 깔깔 웃기도하고, 어떤 어린이는 “저는 콩밥을 싫어했는데 이젠 콩밥도 잘 먹고, 진짜 콩 맛을 알게 됐어요. 근데 사실 여기 생활 재미는 없어요”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한문교육, 풍물교육 등을 끝낸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집에 가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은데?”라는 질문에 여자아이들 반인 삼강오륜반에서 2주째를 맞고 있다는 청주 봉덕초 김경서(13) 어린이는 “부모님 빨리 만나고 싶고,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1주가 마치 1년 같다는 충북 진천 상산초 박진경(12) 어린이는 “저는요, 가기 싫었는데 동생하고 매일 싸워서 부모님이 이곳으로 보냈어요. 이제 집에 가면 존대 말도 쓰고, 부모님 말도 잘 듣고, 안마도 해드릴 거예요”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서울 고척초 5학년 민정이는 수줍게 말을 꺼내면서 “편식도 안하고, 언니랑도 안 싸우고, 부모님 말도 잘 들을 거예요”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면서 “앞으로 여기서 사귄 친구들과 편지도 주고받고, 이메일도 보내면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저렇게 천방지축 아이들이 부모님과 가족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민호 훈장은 “지식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도령서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병호(왼쪽)·정민호 훈장.


‘도령서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병호(51)·정민호(41) 훈장은 부친인 화보 정회인 명예훈장의 뜻을 이어받아 7년 전인 지난 2000년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남원이 고향인 정씨 형제는 지리산 청학동에서 훈장을 지내던 정병호 훈장이 먼저 이곳에 터를 잡고 서당을 시작하자, 전주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하고 한문학원을 운영하던 동생 정민호 훈장이 합세하면서 규모를 키우게 됐다.

한 해 2,000여명 정도가 이곳 도령서당을 찾고 있으며, 여름방학에 600여명, 겨울방학에 400여명, 학기 중에 1,000여명의 학생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해 졌다.

또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일반 학교교육과 더불어 전통교육을 받고 있는 학동들도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학동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도령서당은 바른 품성을 기르기 위한 명상, 孝교육, 한문교육 등은 물론 농촌체험, 전통놀이체험, 전통음식 체험, 고전문화자연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민호 훈장은 “도령서당에서는 아이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올바른 삶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참교육이 되는 충(忠), 효(孝), 예(禮)를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해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훈장은 이어 “짚풀공예, 집터다지기, 풍장놀이, ‘논두렁밭두렁’ 등 전통생활놀이 체험에는 부락민들이 함께 참여해 아이들에게 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도움만 받는 것 같아 항상 죄송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 공주뉴스=이건용 기자/ leeguny98@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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