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장-분재형 인간과 도전정신

2007. 8. 10. 01:49아름다운 글

38장-분재형 인간과 도전정신
공주대 김덕수 교수의 파워 칼럼
2007-08-09 18:35:20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wr_id=312',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wr_id=312',sWinName,sWinopts); }
취미로 키우는 20여분의 한국 춘란에서 꽃대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을 내년 2월 말까지 말라죽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만 춘삼월의 환상적인 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호사가들은 꽃의 색깔이나 모양이 특이하거나 잎에 독특한 무늬가 들어가 있는 난을 좋아하지만 나는 건강한 자태에다 꽃이 밝고 싱싱한 것을 좋아한다.

물론 시중에서 결정되는 한국 춘란의 가격은 꽃의 색깔과 모양, 그리고 잎의 무늬가 얼마만큼 희소하냐에 따라 결정된다.

맨 처음에는 춘란보다 분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능력 부재로 주위 분들이 선물한 분재를 죽인 이후부터, 나는 분재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접었다.

더욱이 분재가 식물을 학대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한몫했다. 분재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소장자의 취향에 따라서 그것을 다루는 기술이 다양한 것 같다.

개중에는 굵은 철사로 식물의 몸통과 줄기를 둘둘 감으면서 소장자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고, 말 못하는 저 녀석이 얼마나 아프고 갑갑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리더십과 혁신 강연을 통해서 알게 된 기업의 CEO들 가운데 어떤 분은 내게 자기 회사의 신입사원을 뽑을 때 면접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한다.

그때, 나는 독특한 질문을 통해 입사지원자의 성향과 태도를 파악해서 CEO에게 보고한다.

그런데 나중에 해당기업의 CEO에게 나의 진단결과를 물어보면, 상당부분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일부만 공개해보기로 한다.

문제해결형 인재와 분재형 인재

내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몇 번의 면접시험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 정도다.

우선 필기시험 대신 서류전형을 통해서 1.5~2배 정도의 면접대상 인원을 선발한 후, 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심층면접이 진행된다.

나는 심층면접장에서 입사지원자가 문제해결형 인재인지, 고정관념의 틀을 깨지 못하는 분재형 인재인지를 체크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분재형 인재라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낮은 점수를 준다. 왜냐하면 그런 인재는 이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시험장에서 내가 입사지원자에게 던지는 주된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바퀴벌레는 몇 마리일까요?”, “코끼리를 냉장고에다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김춘추와 김유신은 백제 의자왕의 궁녀가 3,000명이라고 속였을까요?”다.

그리고 입사지원자가 대답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보면, 그들이 어떤 유형의 인재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상당수의 입사지원자들은 내 질문에 매우 당혹해하며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어느 지원자는 생뚱맞게 “시정하겠습니다”라는 답변으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군대에서 갓 전역한 사람으로 군대 물이 덜 빠진 사람이었다.

또 입사지원자 가운데는 “방금 질문하신 내용이 센스 문제입니까, 난센스 문제입니까?”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센스 문제가 아니라 난센스 문제입니다. 다만, 정답이 한 개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일 수도 있는 열린 질문입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해준다.

위에서 언급한 질문에서 내가 좋은 면접점수를 준 입사지원자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한 후, 자기 고유의 사고思考와 색깔로 정답 찾기에 나섰던 사람들이다.

가령,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바퀴벌레의 숫자는 하느님도 모를 겁니다. 당연히 면접관님도 모르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일단 한국의 총 면적이 100평이고, 평당 20마리의 바퀴벌레가 살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2,000마리의 바퀴벌레가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했다.

실제로 그와 유사한 답변을 했던 입사지원자들이 여럿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었다.

또 나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저는 코끼리를 미분微分한 다음(즉 코끼리를 죽인 다음, 포를 떠서), 그 고기를 냉장고에 넣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그 코끼리가 꼭 필요하다면 황우석 박사에게 부탁해서 복제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대부분의 입사지원자들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학벌이 꽤 좋았던 어느 지원자는 너무나도 단순한 대답을 했다가 면접점수가 깎이기도 했다.

그는 “코끼리보다 더 큰 냉장고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지극히 단순명료한 답변을 했다.

곧바로 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학생은 코끼리보다 더 큰 냉장고를 사갈 용의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저희 집은 28평짜리 아파트이기 때문에 그런 냉장고를 사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듣고 CEO에게 귓속말로 “사장님! 저 친구를 채용하면 주로 안 팔릴 상품만 많이 만들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내 말은 들은 CEO는 별말씀도 없이 엷은 미소만 띠셨다. 면접시험을 마친 후, CEO는 내게 다가와서 “아까 당신 얘기를 듣고 웃음을 참느라고 무척 힘들었다”라고 고백하면서 다음 기회에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해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패배한 군주(예: 의자왕)가 과거의 자기 백성들을 이끌고 부흥운동을 전개해서 분열을 야기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군주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면, 백성들도 그를 더 이상 따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김춘추와 김유신은 있지도 않은 3,000궁녀 얘기를 꺼내면서 의자왕이 백성을 돌보지 않고 수많은 궁녀들과 주지육림酒池肉林을 즐기다가 나라를 망쳤다고 거짓말을 한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답변을 하는 입사지원자들이 거의 없었다. 내가 놀랐던 것은 아직도 많은 입사지원자들이 ‘백제궁녀=3,000명’이라는 희대의 사기극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분재형 인재와 벼룩 이야기

한국인들은 유아기 시절부터 대학입학 때까지 주로 5지 선다형 문제로 실력을 평가받는다.

그런데 5지 선다형 문제에는 5개의 답안지 중에 정답 한 개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20%의 성공확률이 항상 보장된다.

따라서 머리를 굴려가며 입체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깊은 생각을 하다가는 다른 문제를 풀 시간을 낭비하거나 틀린 답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과 선생님이 “얘야, 딴 생각을 하지 말고 우리가 하라는 대로만 최선을 다해라!”고 주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은 나중에 분재형 인재가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동물학자 J교수님으로부터 벼룩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J교수님은 자신도 어떤 책에서 읽은 것이라며, 내게 그 내용을 소개해 주셨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중략)... 높이뛰기 천재인 벼룩을 잡아다가 큰 병 속에 가둔 다음, 뚜껑을 덮어 놓는다. 그러면 벼룩은 병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높이뛰기를 시도한다.

그때마다 벼룩은 자신의 머리나 등이 육중한 병뚜껑과 수없이 부딪치면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딪치기를 반복하다보면, 벼룩은 자신의 높이뛰기 한계가 병뚜껑까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상황에서 탈출을 시도할수록 탈출은 고사하고 육체적 고통만 가중된다는 점을 인식한 벼룩은 이내 탈출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높이뛰기를 깨끗이 포기한 벼룩은 이제 병 속을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그때, 병뚜껑을 살며시 열어놓아도 벼룩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뛰어봤자 병뚜껑까지이고, 실익도 없이 머리와 등만 아플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벼룩에게 있어 병뚜껑을 열어 놓았다는 것은 새로운 상황변화를 의미한다.

이때, 벼룩이 자신의 DNA속에 잠재되어 있는 높이뛰기를 결행한다면, 병 속으로부터의 탈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벼룩은 이미 “나는 안 돼.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어. 그것이 바로 내 한계야!”라는 고정관념의 틀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탈출을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벼룩 같은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낯선 세계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현실과 지식에 대해서 한번 정도 본질적인 의구심을 품어보는 적극적인 도전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데미안’이 역설했듯이 새로운 세계의 창조는 알을 깨고 나오려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때,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이 현실이 과연 진실한가?’에 대한 의문에 충실했을 때만이 가능하다.

일례로 빛바랜 고정관념의 틀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 가운데 세계적인 큰 부자, 작가, 음악가, 발명가, 노벨상 수상자, 위대한 정치가로 성공한 경우가 있는가를 찾아보라.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셀프self다!

요즘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환경은 고도 경제성장기의 그것과 매우 판이하다.

과거에는 재벌회장이 시키는 명령만 그대로 따라 해도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재벌회장도 기업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고 가야할 지, 잘 모르는 시대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재의 디지털 문명은 다양성, 스피드, 불확실성, 복잡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카오스choas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회장도 이제는 부하직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시해야 할지 잘 모른다.

이제 재벌회장은 자신에게 “이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이런 비전과 저런 전략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진언할 수 있는 인재, 즉 문제해결형 인재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회장님! 저는 이 업무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지,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러니 회장님께서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그러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분재형 인재는 성공은커녕 구조조정의 0순위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인생은 셀프다. 그리고 내 인생은 오로지 나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한번뿐인 인생, 내가 감독이고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인생, 남에게 떠밀려 가는 피동적인 인생이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는 능동적인 인생이 되기 위해선 이순신 장군이 온몸으로 보여준 필사즉생必死則生 정신으로 분재형 인재에서 문제해결형 인재로의 전환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그것을 위한 최적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다.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 공주뉴스=김덕수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김덕수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