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장-'서울대 마피아'들과 휴-테크

2007. 6. 26. 00:40아름다운 글

31장-'서울대 마피아'들과 휴-테크
공주대 김덕수 교수의 파워 칼럼
2007-06-23 12:51:09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wr_id=233',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wr_id=233',sWinName,sWinopts); }
필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마다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총 7차례의 출제위원직을 역임했다.

아마도 7회 경력자는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따금씩 유명 참고서 회사의 사장들이 “함께 문제지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해오기도 하고, 유명 인터넷 교육회사에서 특강 요청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이 바닥에선 꽤 지명도가 높은 셈이다.

이제는 나이도 있는데다 폐쇄공간에서 장기간(약 32일간)동안 갇혀 지내는 고통도 만만치 않아서 더 이상의 출제위원직 제의는 앞으로 정중하게 사양할 생각이다.

다만, 여기서는 그동안 시험문제를 출제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휴-테크와 창의력의 문제를 솔직하게 고백하고자 한다.

열등생 출신이 출제위원직을 제의받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이 인정되지 않았던 제6차 교육과정 때에는 영역별(예: 경제, 정치, 사회문화, 세계사, 한국지리, 한국사 등) 출제위원들이 각자 시험문제를 출제한 후, 사회탐구의 전 과목 교수들이 한 곳에 모여서 난상토론을 벌이며 문제를 최종 엄선하는 공동 작업을 벌였다.

그런데 이때의 난상토론은 말 그대로 살벌하기 그지없는 전쟁터였다. 가령, ‘정치’를 전공한 교수가 ‘사회문화’과목의 시험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면서,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든 문제를 현장에서 확인 사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출제한 문제를 씹는 사람이야 스릴과 짜릿한 통쾌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척 감내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사회학자도 아닌 사람이 어설픈 상식에 기초해서 타인이 출제한 문제를 자기 멋대로 예단하는 태도는 분명 기분 나쁜 일임에 틀림없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입시담당자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위원직을 제의받은 것은 지난 2000년 11월 초순이었다.

생애 최초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위원직을 기꺼이 수락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셨던 K선생님(공교롭게도 그분은 내가 재직하고 있는 공주대학교 화학교육과 출신이다)께서 대학입학원서를 써 주시면서 내게 하셨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흥! 네가 사회에 나가 성공을 하면, 내 손에다 장을 지지겠다!” 그때 나는 어린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 K선생님께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K선생님! 그동안 저 열심히 노력해서 선생님 모교의 교수가 되었고요,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까지 맡게 되었어요. 최고로 멋진 문제를 출제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당시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4개의 경제문제를 출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출제위원직을 제의받기 이전부터, 나는 경제학 교재를 집필할 생각에서 틈나는 대로 창의적인 문제를 300개 이상 개발해 놓은 상태였다.

나는 그 중에서 내 맘에 쏙 드는 20개의 문제를 엄선한 다음, 그것을 디스켓에 담아가지고 출제본부인 양평의 ○○콘도로 입소했다.

서울대 마피아들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입소일로부터 4일 동안은 과목별 출제를 끝내고, 5일부터는 사회탐구영역의 모든 출제교수가 한곳에 집결해서 각 과목별 문제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면서 살려둘 문제와 확인 사살할 문제를 선택하는 일정이 계속되었다.

‘경제’과목은 ‘정치’과목에 이어 두 번째로 검토되었는데, 내가 출제한 4문제 중에서 2문제에 대한 시비가 격렬하게 이어졌다.

즉 ‘달나라 여행객을 모집하는 여행사가 없는 이유?’를 묻는 문제와 ‘통합문제(화투 팔광 + 수요의 가격탄력도 +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내가 출제한 문제에 대해서 처음으로 비판의 포문을 연 사람은 출제위원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적은 청주교대의 Y교수, 강원대의 K교수, 진주교대의 U교수(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동기동창생이었다)였다.

그런데 나를 불쾌하게 만든 것은, 이들이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전혀 없는 정신적 미숙아들이었다는 점이다.

타인이 애써 만든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면, 적어도 “제가 잘못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번 문제는 이런 저런 측면에서 오답시비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정중하게 말하는 게 기본 도리다.

그런데 Y교수는 여러 출제교수들을 향해 “달나라 여행을 못가는 게 현실인데, 왜 자꾸 부정적인 문제를 출제해서 아이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려고 합니까? 따라서 이 문제는 출제되어선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K교수와 U교수는 “대입수학능력시험에 화투가 등장하고, 경제 문제에 시詩가 등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 문제가 출제되면 입시 다음 날 주요 일간지에 ‘올해의 잘못된 문제’로 대서특필될 겁니다. 당연히 이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문제로 부적절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대다수의 교수(그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들이었다)들이 그 젊은 교수의 말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나로서는 황당하고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이런 몰지각한 일이 이 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나는 이대로 있다가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제자로서 변명할 기회를 달라고 제의해서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은 달나라 여행이 불가능하겠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달나라 여행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또 이 문제는 어떤 참고서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창의적인 문제이고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화투 팔광과 시詩가 경제문제로 출제되면, 진짜 통합문제다운 매력적인 문제로 입시 다음 날 아침 조간신문들이 ‘올해의 우수 문제’로 호평을 해줄 것 같은데 왜 시비를 붙는 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라며 반박했다.

내 항의가 만만치 않자 사회탐구영역의 출제위원장인 서울대의 Y교수와 협력위원인 교원대의 H교수와 부산대의 Y교수(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 교수도 모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출신이었다)의 긴급회동이 이루어졌고, 그들의 손에 의해서 내가 출제한 문제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화투와 시詩가 등장하는 경제문제는 탈락시키고, 달나라 여행문제는 출제위원의 체면을 살려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출제자인 나로서는 달나라 여행문제보다 화투 팔광과 시詩가 가미된 통합문제가 살아남기 바랐지만, 당시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계속해서 다른 과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졌고 입소일로부터 16일째가 되던 날, 사회탐구영역의 전 과목에 대한 시험문제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출제위원들의 손을 떠난 시험문제는 ○○지역에 있는 ○○인쇄소로 보내어져 본격적인 인쇄 작업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까지 약 16일 동안, 출제위원들에게는 지루한 기다림과 끊임없는 휴식시간만이 주어진다.

그 기간 동안 출제위원들이 주로 하는 일은 독서, 낮잠, 취미활동, 운동, 교양강좌 청강, 고스톱과 포커놀이, 술 마시기 등이다.

그런데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사회탐구영역의 모든 출제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술을 마실 때였다.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논쟁을 벌일 때만 해도 서로 모른 척 하면서 시치미를 떼던 교수들이 술잔이 서너 바퀴 돌자마자 여기저기서 ‘형님’, ‘자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출제위원의 명단을 구입해서 그들의 출신대학부터 체크해 보았더니, 약 40여명의 출제위원들 가운데 서울대(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출신이 34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간에는 출제본부 입소 전부터 모종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서울대 출신이 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씹지 말고 문제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선에서 협조하자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실제로 서울대 출신 교수가 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해서는 씹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른 하나는 서울대 출신의 고참 교수들이 나이어린 후배교수들, 이를테면 앞에서 얘기한 K, U, Y교수들에게 공격조의 역할을 맡겼던 것 같다. 이들은 서울대 출신 교수가 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해서는 자구字句정도만 지적해주는 선에서 그쳤지만, 비서울대 출신교수가 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해서는 맹렬하게 공격했다.

이때 나머지 서울대 출신교수들이 보여준 행동은 조직폭력배나 마피아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출제본부에서 퇴소하기 하루전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위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나는 서울대 마피아들의 비이성적인 태도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향후 서울대 출신교수들의 출제위원 비율을 30%이하로 낮춰줄 것과 출제된 문제의 엄선방법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다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박도순(그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출신이다)원장께도 직접 서신을 띄워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출제위원 선정과 출제문제의 최종 선별과정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창의력이 젬병인 서울대 마피아들!

내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무사히 치러졌고 비서울대 출신 교수로서 느껴야만 했던 분노도 거의 사라질 즈음, 필자는 2001년도 1월 3일자 조간신문 기사를 읽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에는 ‘미국의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 260억원을 내고 우주여행을 떠나다!’라는 기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기사를 복사해서 과거 출제본부에서 ‘달나라 여행객을 모집하는 여행사가 없는 이유?’라는 문제에 대해 입에다 거품을 물면서 반대했던 몇몇 교수들에게 보냈다.

그리고 거기에다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은 서울대를 나온 암기력의 천재일지는 모르지만, 창의력에 관한 한 젬병입니다. 다음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본부에서 더 이상 만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이다.

또한 그로부터 3개월 후, 나는 일본 문화의 전문가인 동덕여대 이덕봉 교수님의 자문을 받아가며 화투 48장의 비밀을 파헤치는 논문을 발표했다.

화투논문이 발표되면서 갑자기 나를 초청강연의 연사로 찾는 기관이나 모임이 많아졌고, 그 열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이제는 전국구 강사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전공분야인 경제 분야보다 리더십과 혁신분야의 전문가로 각광받으며 월평균 15차례~16차례의 외부강연을 소화해내고 있다.

서울대 출신 교수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하고 외람된 얘기지만, 나는 서울대 출신 인사의 창의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쉬지 않고 암기(국어, 수학, 영어도 암기과목이다)하는 데만 주력했을 뿐, 입체적 사고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의력은 휴-테크를 즐기면서 입체적인 사고를 즐기는 사람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일례로 매년 초마다 주요 일간지들이 발표하는 신춘문예 대상에서 서울대 출신의 인사가 한명이라도 당선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내 눈에는 그것이 서울대의 한계이자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로 비쳐진다.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 공주뉴스=김덕수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김덕수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