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비즈니스 능력은 성적순이 아니다!

2007. 3. 4. 02:35아름다운 글

15장-비즈니스 능력은 성적순이 아니다!
김덕수 교수의 파워칼럼
2007-02-27 18:58:11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wr_id=171',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wr_id=171',sWinName,sWinopts); }
지난 1989년, 국내 극장가에는 청소년 문제를 다룬 영화 1편이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감독 : 강우석, 주연 : 이미연, 김보성)'로써 학업성적에 대한 고교생들의 강박관념과 투신자살의 사회적 문제를 매우 섬세하게 다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학업성적이 향후 너희들의 사회적 계급을 결정한다.’는 말로 아이들을 세뇌시키며 다그친다.

물론 그분들의 주장이 전혀 일리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또 좋은 대학을 나오면 남보다 조금 더 나은 직장과 배우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그래서 인생은 누구나 다 열심히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고, 인생 역전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비즈니스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단지 학업성적이 우수했다고 해서 비즈니스까지 항상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이유는 학교 안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이 비즈니스 세계에 들어와선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것은 자신이 직업인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과거 대학시절에 즐겨 사용했던 게임의 지배법칙을 고수固守함으로써 휴브리스의 블랙홀에 빠졌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의 신분이 학생에서 직업인으로 바뀌었다면, 당연히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그 게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나가는 병원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필자에게는 80대 노모老母가 계신다. 원래 필자의 본가本家는 고속철도 역으로 널리 알려진 충북 오송 근처의 만수라는 곳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의료과학단지가 그곳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필자는 노모를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문화마을로 모시게 되었다.

노모께서는 연세가 많다보니 노인병으로 자주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보통 한달에 한번 꼴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오는데, 문제는 공주에 있는 병원이 아니라 청주 시내에 있는 D병원만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노모는 2005년 초에 공주로 이사를 왔는데, 처음 2~3개월 동안은 필자의 안내로 신관동에 있는 모 병원과 구 터미널 근처의 모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곳 의사들의 진료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뒤부터는 공주에 있는 병원에 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셨다.

그런데 청주의 D병원까지 노모를 모시고 다녀오려면 최소한 5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가고 오는데 왕복 2시간, 진료 받고 약 타는데 20분, 진료 대기시간 2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필자로서는 그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한번은 노모에게 “공주에도 좋은 의사들이 많으니까, 이곳에서 진료를 받으시고 약을 타는 게 어떠냐?”고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노모의 반응이 무척 싸늘했다. “혹시 아범 시간이 없으면 내가 시내버스라도 타고 청주까지 갔다 올 테니까, 너무 걱정 마시게!”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노모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노모의 청주 D병원 행차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막내 여동생이 도맡아서 도와주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노모에게 청주의 D병원을 고집하는 연유를 여쭤보았다. 그러자 노모께서는 지나가는 말투로 몇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의사들의 ‘업’에 대한 얘기였다.

시골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D병원 원장(이하 여의사)의 ‘업’은 그야말로 앞장에서 언급했던 ‘소프트 혁명’이자 ‘보이지 않는 경쟁력’ 그 자체였다.

우선, 여의사는 노모를 보자마자 곧바로 진료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주변 얘기부터 자상하게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오늘 무얼 타고 오셨어?”, “아침식사는 제대로 하셨어?”, “지난밤에 잠은 충분히 주무셨어?“, ”요즘 쉬 하시는데 지장 없어?“ 등등. 딱딱한 존댓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말도 아닌 다정다감한 어투로 마치 친딸처럼 일상의 문제를 묻는 그 여의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마도 노모께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자신을 대하는 의사가 무척 싫으셨던 모양이다.

둘째로, 느낌상 D병원의 진료시간이 다른 병원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밖에 대기 중인 환자들이 많은데도 여의사는 노모에게 적어도 5분 이상을 할애해서 진료해주고, 주사와 약에 대한 효능은 물론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서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여의사의 진료를 받고나면 “시간 맞춰서 약을 먹고, 여생을 좀더 건강하게 살아야지!”라는 삶의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셋째로, 여의사는 진료를 하면서 형식적인 문진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노모의 신체(예: 눈, 혀, 팔, 가슴 등)부위를 직접 만져보면서 꼼꼼하게 체크해 준다고 했다.

게다가 “할머니, 빈속에다 약을 먹으면 위가 상하니까 밥맛이 없더라도 하루 삼시 세끼는 꼭 챙겨 드셔야 해!”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진료가 다 끝나면 간호사에게 주사실로 안내해드리라고 부탁하면서 자기 책상 위에 있는 사탕봉지에서 박하사탕을 하나 꺼내 노모의 입에다 넣어준다는 것이었다.

큰돈을 벌고 싶거든 1·3·9법칙이 작동하게 하라!

노모는 신식 학문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분이다. 그러나 그분은 자기 나름대로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가?’에 대해서 일가견을 갖고 계셨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의사의 따뜻한 인간미에 홀딱 반한 노모가 자신의 동네 친구들을 상대로 D병원의 열성적인 홍보우먼을 자처하고 나셨던 것이다.

노모께서 공주로 이사를 오시기 전, 필자의 본가는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었다. 1996년 가을, 부친께서 73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신 이래로 시골집은 노모 혼자서 지키셨다.

그러다보니 동네 할머니들이 필자의 본가를 자신들의 사랑방으로 삼으셨던 것 같다. 그곳에서 할머니들은 점심도 같이 해 드시고, 윷놀이나 10원내기 고스톱 게임도 즐기셨다. 그런데 노모께서는 동네 할머니들을 상대로 D병원의 홍보에 열중하셨던 것이다.

“아이고, 그 여의사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라꼬. 독감도 그곳에서 주사 한방만 맞으면 그만이구먼. 허리 아픈 것도, 혈압 높은 것도 그 양반이 처방해 준 약만 먹으면 금세 괜찮아지는 것 같여!”

노모께서 퍼뜨린 홍보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동네 할머니들에게 전염되어, 결국 그들 모두가 D병원의 단골고객이 되었던 것이다.

만수라는 동네가 약 70여 가호로 구성된 마을이니, 1가구당 4인 가족만 가정하더라도 족히 280여명이나 되니까, D병원으로서는 엄청난 소득원이 추가로 확보된 셈이다.

필자는 노모의 그런 행동을 지켜보면서 상인들 사이에서 곧잘 통용된다는 1·3·9법칙을 떠올려 보았다.

1·3·9법칙이란, 어느 가계가 한 사람의 고객에게 감동이나 즐거움을 선사하면 신규고객 3명을 그곳으로 끌어오고, 한 사람의 고객에게 불만을 안겨주면 그가 온갖 악소문을 퍼뜨리면서 기존의 고객 9명을 빼간다는 것을 말한다.

그 여의사가 1·3·9법칙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의사의 자상한 태도와 친절한 서비스가 외로운 시골 할머니의 마음을 감동시킴으로써 자신의 동네 친구들에게 D병원을 열심히 홍보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또 만수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진료를 받고자 D병원을 찾아온 몇몇 할머니들로부터 필자의 노모가 D병원을 소개해줬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여의사가 고마운 마음에서 노모에게 좀더 특별히 대해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모가 자신의 마음을 다른 병원에 주지 못하고, 입만 여시면 청주 D병원 얘기만 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무려 5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하면서까지 굳이 D병원에 가서 여의사의 진찰과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노모의 모습에서 그런 마음의 편린片鱗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필자는 더 이상 노모에게 공주에 있는 병원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왜 공주라고 해서 청주 D병원의 여의사보다 더 친절하고 실력 있고 겸손한 의사가 없겠는가?

병원의 ‘업’은 무엇일까?

이제 병원의 ‘업’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누가 당신에게 “병원의 ‘업’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잘 나가는 병원이 되려면, 아무래도 보건의료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병원의 ‘업’으로 추구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진료를 희망하는 고객들이 의료행위를 서비스업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병원은 고객의 생각을 쫓아야만 하는가? 그것은 고객이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많은 돈을 벌려면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입맛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 입맛에 부합하는 아이템을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성공하는 직업인의 기본자세다. 의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요즘에는 의사들의 의료기술이나 의학지식 수준, 병원운영시스템, 첨단의료장비, 병실 등이 모두 표준화되어 있어서 병원들 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잘 나가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의료진들이 한가하게 시간만 죽이는 병원도 부지기수다.

그런 차이는 왜 생길까? 그것은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즉 친절과 신뢰를 모토로 ‘고객감동’을 추구하는 병원과 의사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권위와 고자세로 일관하는 병원과 의사는 조만간 의료시장에서 퇴출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의료시장의 개방 폭이 클수록, 또 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의사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이런 현상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또 의사의 학벌이 좋아야만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노모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청주 D병원의 여의사는 서울의대 출신이 아니다.

그런데도 서울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원장을 맡고 있는 인근 병원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물론 좋은 학벌을 가진 의사가 친절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진료행위를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학벌을 갖고 있는 의사는 그 값을 하느라고 거만을 떨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어느 정도 통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렇게 했다가는 곧바로 병원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일 것이다.

프로의 품격은 자신의 ‘업’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가진 것 가운데 남이 원하는 것을 싸게 파는 것은 진정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나만 갖고 있는 것 중에서 남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아주 비싸게 팔 줄 아는 사람이 진짜 프로 직업인이다.

이제 의사의 진료행위는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의술醫術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상도商道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프로 의사로서 존경받고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 공주뉴스=김덕수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김덕수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