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공주시 계룡산 자락서 백색 분장토 발견 ··· 보존가치 높아

2024. 10. 30. 14:04생생공주

[핫이슈] 공주시 계룡산 자락서 백색 분장토 발견 ··· 보존가치 높아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4.10.30 09:33
학봉리 국가사적 333호 인근서 발굴돼 철화분청사기 복원 실마리

▲ 국가사적 333호 공주시 학봉리 요지 인근에서 분청사기의 대표 소재인 백색 분장토가 대량으로 발견돼 500년 전 단절된 철화분청사기 복원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보호구역 지정 등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건용 기자

도자문화의 ‘보물창고’인 충남 공주시 계룡산 자락에서 백색 분장토가 대량으로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가사적 333호 공주 학봉리 요지(公州 鶴峰里 窯址) 인근에서 분청사기의 대표 소재인 백색 분장토(백자광)가 처음으로 발견돼 15C~16C 철화분청사기 재현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철채자기를 대표하는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는 점토와 분장토, 유약, 철화 안료 등 4가지 소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백색 분장토는 분청사기를 표방할 정도로 대표적인 소재다.

특히 공주시 학봉리는 오래전부터 ‘분토골’이라는 지명이 전해 내려오고 있고, 대부분 잘게 부서지며 1차 점토인 백색암석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학봉리 분장토는 일제강점기 군용차를 대동한 착취 과정에서 일본으로 대량 반출돼 그 동안 채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난 2023년 국가사적인 도요지 인근에서 백색 분장토가 이재황 한남대 조형예술대학 교수(공주시 도예명장 1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이곳에서 발견된 백색 분장토를 대상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거친데 이어 수차례 재료실험을 통해 일맥상통한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었다. 학봉리 분장토를 활용해 이재황 교수를 비롯한 일본 철화자기인 에가라츠협회 카지하라 야스모토 회장 및 자문단 4명이 철화분청사기 복원작업에 참여해 ‘제3회 철화분청사기 산업이 되다’ 공모전에 재현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본보 2023년 12월 20일 보도 - 이재황 교수, 30년 각고 끝 ‘철화분청사기’ 재현>

백색 분장토 발견은 지난 2018년 전국 최초로 도자재료 사적지가 된 학봉리 ‘구무동굴’(공주시 향토사적 30호)에서 장석 유약과 흑색 철채를 채굴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분토골의 백색 도석과 기물 제작에 필요한 함철 점토를 발견함으로써 500년 전 단절됐던 철화분청사기 복원에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5C~16C 철화분청 복원에 중요 재료인 만큼 보존가치가 높다는 판단이지만, 지난 2022년 해당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가 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자칫 중요한 철화분청 복원 재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추천기사
이재황 교수, 30년 각고 끝 ‘철화분청사기’ 재현
박수현 의원, ‘분청사기’ 유네스코 등재 추진

다행히 토지주가 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착공하지 않고 있어 얼마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어 철화분청 복원에 심혈을 쏟고 있는 이재황 교수를 비롯한 학봉리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때마침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가 보존 가치가 높다는 인식하에 해당 토지 매입 등 다양한 보존방법을 모색했으나, 행정상의 한계에 다다라 포기를 선언한 상황이다. 한껏 기대감에 차있던 주민들은 망연자실, 공주시가 적극적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길 바라고 있다.

특히 분장토가 발견된 지역은 도자자산으로 역사적 증빙가치가 높고 철화분청사기의 생성과정 중에 암석이 풍화돼 점토가 되는 과정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희귀한 현장으로, 1Km가량 떨어진 자철석 안료 생산지 ‘구무동굴’과 함께 엮어 재료의 생성과정을 쉽게 이해하는 도자교육의 산실로 반드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17C 공주(금강) 출신으로 일본의 도조(陶祖)로 추앙받는 이삼평(李參平)이 발굴했던 큐슈 아리타 이즈미야마 백자광(白磁鉱)과 연관성이 있어 한층 그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삼평은 1596년 정유재란에 피랍된 일본 백자를 창시한 공주 출신 사기장으로 그가 일상에서 사용한 아리타 백색 점토와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붉은 점토의 재료적인 차이로 인해 한때 타 지역 출신이라는 학설까지 등장했으나, 학봉리에서 처음으로 백색 분장토가 발견되면서 이를 일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일본 아리타 주민들은 이삼평의 첫 번째 피랍지 토진코바 가마유적에서 숙련된 철화자기가 발굴됨에 따라 당시 철화자기를 유일하게 생산했던 계룡산요와 연동해 공주 출신임을 인정하고, 지난 1990년 자발적으로 2억 원의 헌금을 모아 계룡산 입구인 박정자 삼거리에 이삼평을 추모하는 ‘일본자기시조 이삼평공기념비’를 세웠다. 이후 이삼평 현창비는 2016년 32번 국도 확장에 따라 지금의 학봉리 이삼평공원으로 이전했다.

이재황 교수는 “일본 아리타의 도자투어는 이삼평이 발굴한 백자광(白磁鉱)부터 시작한다. 도자문화의 시작은 도자재료가 70%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도자문화의 맥을 잇는 교육의 산실로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분장토 채굴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500년 전 단절됐던 철화분청을 복원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보존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주시의 대응과 해법 모색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국감에서 국가유산청장이 ‘분청사기’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약속해 주목받고 있다.<본보 2024년 10월 27일 보도 - 박수현 의원, ‘분청사기’ 유네스코 등재 추진>

200년간 조선의 생활과 예술을 담아냈지만,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 묻혀 빛이 바랬던 분청사기가 유네스코 등재 추진으로 재조명되면서 우리나라 분청사기의 보고(寶庫)이자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주무대인 충남 공주시 학봉리가 뜨거운 관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분장토 #분토골 #백자광 #보호구역 #분청사기 #철화분청 #백자 #청자 #공주시 #학봉리 #가마터 #이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