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8. 16:14ㆍ생생공주
공주시 목장서 말 학대 논란 ··· 말 복지 법제화 시급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4.10.28 14:00
“뼈만 앙상할 정도로 처참”, 퇴역마의 열악한 복지 실태 드러나
충남 공주시 이인면의 한 목장에서 병든 말을 죽을 때까지 방치하거나 불법 도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해당 목장의 말 23마리를 살펴본 결과 갈비와 엉덩이가 드러나 보일정도로 뼈만 앙상해 장기간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또 여러 마리의 말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망치 등의 도구가 발견되는 등 불법 도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방치된 23마리 중 이미 8마리가 폐사해 있었었고, 지난 열흘 사이 2마리가 또 폐사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5일 목장주 A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데 이어 해당 목장에 상주하며 말들을 케어하고 산더미처럼 방치된 똥을 치우는 등의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장주 A씨는 지난 2021년쯤부터 경마장과 승마장 등에서 늙고 병든 말을 데려와 방치하고, 심지어 불법으로 도축하거나 사체를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심한 악취와 위생 문제 등으로 인근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고, 최근 토지주와 목장 관리부실 문제로 임대계약 파기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불과 두 달 전 23마리였던 말이 현재 15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이 3마리가 더 들어와 현재 18마리가 있는데 또 2마리가 죽었다”며 “병든 말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주시의 미온적인 대응이 더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년 전부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행정당국은 나 몰라라 뒷짐 지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격리조치마저 묵살했다”며 “공주시의 무성의에 화가 치민다”고 덧붙였다.
비글구조네트워크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은 현재 남은 18마리의 말들을 입양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또 동물 학대 의혹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폐사한 말 2마리에 대한 부검도 실시한다.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조사에 나선 공주시와 공주경찰서는 도축 도구 등을 수거하는 한편 A 씨를 상대로 조사에 나섰으나, A 씨는 동물 학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최근 토지주와의 임대차계약 파기 재판 때문에 관리가 소홀해졌지만, 말을 도축하거나 학대한 사실이 없다. 노쇠한 말들이 축사에 이리저리 부딪혀서 상처가 난 것이지 학대한 사실이 없다. 망치와 칼 등의 도구는 축사 관리에 쓰이는 도구들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돼 여러 차례 행정조치를 취했고, 일단 목장을 정리한다고 밝혀온 만큼 경과를 지켜보겠다”면서 “의혹만 가지고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공주시의회 제253회 정례회에서 선진적인 유기동물 관리방안 마련 및 반려문화 확산 촉구하며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이용성 부의장 또한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물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용성 공주시의원은 “2년간 여러 번 민원을 넣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던 행정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우선 지역 청년들과 자원봉사센터와 자율방제단 등 여러 봉사단체들에 협조를 요청해 말 분뇨 처리 등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마사회 등에 퇴역마 학대를 중지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말 학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말 보호 및 관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말 이력제 의무화’가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경주마의 경우에도 마주는 은퇴 이후 말들이 어디로 가는지 말 산업 정보 포털에 등록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퇴역 이후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지 않는 ‘용도 미정' 비율은 연평균 10% 이상에 달하며 관상용, 승마용 등으로 등록됐어도 실제 사례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자유연대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역 경주마의 학대 방지 대책 마련 및 말 복지 법제화를 촉구했다.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과 부산 경마공원에서 1년 동안 1400여 마리의 경주마가 은퇴하지만 이중 4~50%는 도축당한다. 이외에 살아남은 말 역시 승용과 번식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당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정확한 실태도 파악하기 어렵다”며 “지금껏 산업의 도구로만 취급된 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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