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초점] “퇴직 공무원이 노인일자리 독차지”…오해와 진실

2024. 10. 21. 16:16생생공주

[NEWS초점] “퇴직 공무원이 노인일자리 독차지”…오해와 진실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4.10.20 07:09  
공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따라 지원자격 등 서로 달라

▲ 최근 공주시 지역사회에 은퇴 공직자들이 노인일자리를 다 빼앗아가 정작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주장이 파다하지만, 일자리 유형에 따라 지원자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른 오해다. 공주시 제공

“연금이 넉넉해 돈 걱정 없는 은퇴 공직자들이 노인일자리를 다 빼앗아가고 있다.”


최근 공주시 지역사회에 은퇴 공직자들이 노인일자리를 다 빼앗아가 정작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설자리가 없다는 주장이 파다하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일자리 유형과 참여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

공주시 중동에 거주하는 A(72) 씨는 “시청이나 교육청 등에 근무했던 공직자들의 경우 매월 수백만 원의 연금을 받아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데도 대거 일자리를 찾으면서 어렵고 힘든 노인들이 마땅히 일할 곳이 없는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무래도 정보가 빠르다보니 좋은 일자리를 찾는데 수월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 노인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자제를 촉구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주시 노인일자리는 공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등 크게 세 가지로 각각 지원자격도 다르고 보수도 다르다.

공익형 일자리는 봉사개념으로 만 65세 이상의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루 3시간씩 10일 일한다. 환경 정비, 도로 안전관리, 노인 돌봄 보조 등 공공부문에서 한 달간 총 30시간을 근무한 경우 월 29만 원을 받는다. 공주시의 경우 전체의 67.8%에 해당하는 2341명의 노인이 공익형이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자격증 소지 등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돌봄 서비스, 상담,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액 시비를 투입하는 공익형과 달리 국비 50%가 지원된다. 하루 3시간씩 20일을 일하고 76만 원 가량을 받는다. 공주시의 경우 845명(전체의 24.5%)의 노인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시장형 일자리는 상품 생산 및 판매, 요식업, 소규모 창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자리로,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활동적인 노인에게 적합하며 경력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계약한 시간만큼 받아간다. 시장형 일자리에 참여 중인 노인은 266명이다.

시는 올해 166억 원을 투입해 노인일자리 3452명을 지원하고 있지만, 태부족이다. 노인인구가 늘면서 덩달아 일하고 싶은 노인도 증가 추세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퇴직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다 빼앗아간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고, 하루 평균 5.4시간씩 주 6일을 꼬박 일하고도 최저임금의 13%(시간당 1226원) 수준인 월 15만 9000원을 버는 폐지 수집에 내몰리는 이유다.

공주지역 노인(65세 이상) 인구는 매해 1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만 6505명에서 2022년 2만 8614명으로 늘었고, 올 9월 현재 2만 9141명이다.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30%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를 넘어 고도 고령화 단계에 진입했다. 때문에 매년 시 전체 예산의 18% 이상을 노인정책에 쏟아 붓고 있다.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빈곤 노인 또한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 5월 이뤄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선 정년을 넘어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65~79세가 2명 중 1명꼴인 것(55.7%)으로 나타났다. 또 실제 5명 중 1명은 지난 1년 사이 구직 경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속근로 희망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돈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52.2%로 과반을 넘겼다.

공주시가 추진 중인 노인일자리사업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2.8%가 만족감을 표했다. 공주시노인회가 2022년 10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68.9%가 생계비와 용돈 마련을 노인일자리 참여 이유로 꼽았다. 이어 여가 활용, 친교, 사회활동 참여, 건강유지 등이 23.8%를 차지했다. 노인일자리 참여 후 가장 큰 변화로는 경제적 도움이 58.0%, 건강개선 25.9%, 긍정적 성격 및 태도 변화 16.1%의 순으로 나타났다. 계속 근로 희망자는 80.5%를 보였다.

결국 60% 가까이가 경제적인 이유로 노인일자리를 찾고 있다. 생계형이 절반을 넘는다는 뜻이다. 또 80% 이상이 계속근로를 희망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확대해 일반 노인들의 퇴직 공무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비롯해 교육훈련과 구직자 경력관리 등과 함께 환경 및 기후위기 관련 일자리, 노인과 청년 간 세대통합형 등 새로운 일자리 발굴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공주시의 노인일자리 담당 공무원은 고은주 씨(7급) 단 한명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보건복지부의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복수유형(공익+시장형)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려 주목받고 있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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